※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2021년은 자동차업계와 IT·전자업계가 대규모 제휴에 나서는 원년(元年)이 될 것 같습니다. 산업환경 관점에서는 아래의 세 이유를 들 수 있고요. 변화를 읽는 지표로는 독일 다임러(Daimler·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모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가 급변할 때마다 발빠르게 움직였던 과거 이력도 그렇고, 최근의 내부적 변화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 볼 때도 그렇습니다. 다임러가 꼭 IT기업과 빅딜을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다임러 이야기를 통해 2021년 이후 벌어질 업계 간 큰 그림의 제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까 합니다.

자동차·IT기업의 빅딜 가능성이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만,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고 또 그 시작이 2021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산업환경적인 관점에서 본 3가지 이유입니다.

1. 안그래도 CASE(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 대응을 위한 자동차회사의 개발비 부담이 폭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그나마 있던 개발비 지출 여력마저 줄어버렸다.

2. 테슬라 쇼크가 예상보다 너무 컸다. 2020년말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6500억달러(약 700조원)를 넘었다. 도요타·폴크스바겐 등 기존 5대 자동차메이커의 시총 합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망한다’ 했고, 2019년 37만대, 2020년 50만대 파는데 그쳤지만, 테슬라가 보여준 전기차+통합제어ECU(전자제어유닛)의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에 글로벌 업계가 끌려들어가고 있다.

3. 중국의 급격한 전동화 정책 전환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2030년 자국 신차시장을 전기차 50%, 하이브리드 5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 중국 신차시장을 3000만대로 본다면, 연간 1500만대의 전기차 시장이다. IHS마킷은 세계 자동차 생산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는게 2023년쯤이라고 예상했다. 그 사이 성장세를 잃지 않을 거의 유일한 빅마켓이 중국이다. 또 중국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개발이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곳 중 한 곳이다. 중국시장을 얻으려면, CASE 이행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지난 10월 발표에서 “우리가 생산의 발판을 어디로 옮기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작년 우리는 중국에서 70만대를 팔았다. 2위 시장인 미국에서는 32만~33만대다”라고 밝혔다.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2020년 10월 비디오 회견에서 “우리가 생산의 발판을 어디로 옮기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작년 우리는 중국에서 70만대를 팔았다. 2위 시장인 미국에서는 32만~33만대다”라고 밝혔다. /다임러

◇테슬라의 최적 인수대상?...다임러가 2021년 이후 벌어질 자동차·IT업계 제휴의 실마리 될 수도

그러면 이 같은 배경을 전제로, 다임러가 왜 2021년 이후 벌어질 자동차업계와 IT기업 간 제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지 애기해 보겠습니다.

발단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2020년 12월 1일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 CEO 마티아스 되프너와의 대담에서 ‘경쟁사 M&A(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내게 ‘테슬라와 합치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와 대화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었습니다. 가정을 전제로 했지만,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른 회사 M&A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 받았었죠. 머스크는 또 “적대적 M&A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서로의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한 M&A는 할 수 있다”가 되겠네요.

그리고 며칠 뒤에 로이터를 시작으로 외신에서 ‘테슬라가 M&A를 한다면 다임러가 최선일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GM·포드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폴크스바겐은 이미 자체적으로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으며, BMW는 가족(크반트 가문 소유) 기업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임러가 후보라는 내용이었지요.

이미 다임러의 최대주주는 중국 지리자동차(9.9% 보유)입니다. 베이징자동차도 5%를 갖고 있지요. 다임러 시총은 2020년 12월 말 현재 624억유로(83조원) 수준. 이미 다임러 시총의 10배 가까운 규모로 커진 테슬라가 다임러의 최대주주 혹은 지배주주로 등극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임러와 관련된 합병 시나리오는 이외에도 꽤 많습니다. 2020년 4월 북독일연방은행(Norddeutsche Landesbank)이 제시한 3가지 방안도 있지요. 이 은행은 “경기후퇴로 자동차 업계 재편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시장 평가가 낮은 다임러에 3가지 합병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BMW와 묶는 독일-독일형,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과 묶는 독일-프랑스-일본형, 지리자동차, 그리고 지리가 보유한 볼보와 묶는 독일-중국-스웨덴형 등 세 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미 지리자동차는 다임러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세번째 방안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 독일은 물론 EU나 미국에서도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에, 중국쪽 지분을 늘리는 자본제휴 강화 수준이 될 공산이 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은행은 “다임러의 실적부진과 코로나19 등으로 다임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M&A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임러는 왜 BMW·폴크스바겐 CEO 출신을 감독이사회 의장에 선임 했을까?

다임러 내부에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지난 12월3일 다임러는 감독이사회 회장에 전 폴크스바겐 CEO였던 베른트 피셰츠리더(72)를 2021년 3월 31 일자로 선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이원화된 구조이죠.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 멤버의 인사권을 쥐고 회사의 중대 결정을 승인하는 일을 합니다. 해당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라 보시면 됩니다. 피셰츠리더는 1993년~2000년 BMW CEO였고요. 폴크스바겐 가문 출신으로 오랫동안 폴크스바겐을 강권 통치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에 의해 스카우트돼 2002년 폴크스바겐 CEO를 했다가 2006년 피에히에 의해 잘렸던 인물입니다. 유럽 자동차산업 역사에 남을 역전의 용사 중 한 명인데, 엄청나게 중요한 타이밍에 깜짝 컴백했군요. 아무튼 다임러가 BMW·폴크스바겐 CEO를 모두 거친 인물을 감독이사회 회장에 앉혔다는게 지극히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한 대응, 혹은 기업간 제휴나 소통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 유추해 봅니다.

게다가 다임러 산하의 고급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0월 말, 영국 애스턴마틴 지분을 20% 가까이 취득하고, 4000억원 상당의 부품을 현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애스턴마틴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데요. 애스턴마틴이 벤츠에 전기차 구동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공급을 요청하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죠. 다임러가 일단 고급차 브랜드의 영향력을 더 확대해, 제휴를 생각하는 상대편에게 제공할 꺼리를 더 확실히 한 뒤에 딜에 나서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에 테슬라가 다임러를 인수한다면, 테슬라는 자사의 전동시스템을 벤츠는 물론 애스턴마틴에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 높일 수 있는 셈입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동시스템을 타사에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계속 말해왔는데요. 테슬라가 노리는 더 빠른 전기차 보급에 부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벤츠는 미국 GPU·AI기업인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기술을 염두에 둔 강력한 성능의 ECU(전자제어유닛)를 개발 중이거든요. 테슬라처럼 무선업데이트, 향후 다양한 모빌리티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을 2024년부터 거의 모든 차급에서 내놓을 예정입니다. 만약 테슬라가 벤츠와 제휴한다면, 전동시스템은 테슬라와 하고 자율주행·차량제어는 엔비디아와 하는 형태가 될텐데, 이건 어색하죠. 테슬라가 다임러를 인수한다면, 전동시스템과 자율주행·차량제어 시스템 모두 테슬라 방식을 택할 확률이 높죠. 이 부분의 정리가 복잡해 보입니다. 아니면 테슬라·다임러·엔비디아 연합도 가능할까요? 엔비디아는 예전에 테슬라와 공동개발한 이력도 있으니까요. 엔비디아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할진 모르겠습니다. 다만 엔비디아가 자동차 분야에서 더 빠른 성과를 원한다면, 시도해보지 못할 카드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임러는 과거에도 업계 격변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여

현재로서 테슬라와 다임러의 제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다임러가 어떤 기업이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략적으로 예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의 업계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요. 1990년대 후반에도 글로벌 재편 붐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생산규모가 연 400만 대 이상 돼야 살아남는다는 ’400만대 클럽' 가설이 엄청 유행했었죠. 규모가 안되면 연구개발비를 감당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 나오는 얘기와 비슷한 점도 있네요. 그때 발빠르게 나선 곳이 다임러였습니다. 당시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 CEO는 경영난에 빠져 매물로 나온 일본 닛산을 인수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1998년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을 만듭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0년 미쓰비시와 현대자동차 지분(10%)도 인수해, 독일·미국·일본·한국의 회사를 연결하는 ‘세계 자동차연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현대차와의 지분관계는 2004년 해소) 현대차가 이 때 개발한 쎄타엔진(최근 세계적 리콜 등 품질 문제가 불거진 현대 쎄타2 엔진의 전신)도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와의 협력 관계 속에 이뤄진 것이었죠.

다임러의 크라이슬러 인수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다임러는 지난 2009년에 새로운 형태의 제휴에 나섭니다. 테슬라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이죠.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테슬라에 5000만 달러를 지원했지요.(이후 지분 매각으로 제휴 종료) 다임러 같은 업계 최고 전통의 기업이 미래가 불투명했던 신생기업에 꽤 큰 투자를 했다는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다임러가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생존을 모색하는 기업이란 의미일 수도 있지요.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연구개발비 부담, 수익성 저하 등의 이유로 생존을 위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연구개발비로만 연간 14조원을 쓰는 폴크스바겐, 11조원을 쓰는 도요타도 감당이 안될 정도이니, 다른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다임러가 테슬라에 인수된다면, 기존에 1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중국(지리차·베이징차)쪽과 함께, 테슬라의 유럽·중국 시장 공략이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다임러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고, 테슬라도 중국공장 증설 중이니 다임러·테슬라·중국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요.

이외에도 자동차업계와 IT·전자업계의 합병 후보는 여러군데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세계최고 팹리스인 퀄컴이 조만간 자율주행차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웨덴 자동차부품 대기업 오토리브에서 떨어져 나온 전장·자율주행 전문기업 비오니아(Veoneer)가 현재 퀄컴과 협업중인데요. 퀄컴이 아예 비오니아를 인수해 IT·자동차부품사 연합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0년9월 3일(현지 시각)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공항 활주로에서 폴크스바겐의 신형 전기차 ID.3를 시승했다. 사진은 시승 후 머스크(오른쪽)가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와 함께 찍은 것이다.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오랫동안 애플에 구애해 왔고 메르켈까지 나섰었다는 업계 루머도

폴크스바겐은 ‘ID.3’ ‘ID.4’ 등 자사의 신형 전기차에 탑재되는 통합제어시스템을 독일 자동차부품 대기업 컨티넨털, 일본 자동차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와 함께 만들었는데요. 폴크스바겐이 이 정도 협업에서 멈출지, 혹은 테슬라나 애플과 본격 제휴하는 것까지 갈지도 불분명합니다. 컨티넨털은 또 자율주행시스템을 개발중인데,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컴퓨터가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폴크스바겐·컨티넨털과 엔비디아의 추가 제휴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콘티넨털은 단순한 자동차부품기업이 아니고, 자율주행시대 주도권을 잡을 계획까지 품고 있는 전장기업입니다. 콘티넨털 내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2만명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글로벌 자동차대기업의 전체 엔지니어숫자보다도 많은 것입니다. 폴크스바겐·콘티넨털(독일)에, 르네사스(일본)에다가, 최근 전기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완료한 폭스콘(홍하이), 애플의 반도체를 수탁생산해주는 TSMC 등 대만기업이 ‘애플카’와 연합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한편 폴크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CEO는 지난 9월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일론 머스크를 초청해 자사의 신형 전기차를 태워주는 행사를 가졌었는데요. 머스크의 편의를 봐주려고 그가 개인제트기로 볼프스부르크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시승차를 탈 수 있도록 공항 활주로를 빌리는 초특급 대우를 했습니다. 유럽 자동차업계의 왕인 폴크스바겐의 CEO가 신차 한번 태워주겠다고 머스크를 폴크스바겐의 본거지까지 모시진 않았겠지요. 머스크와 디스 CEO 사이에 어떤 다른 얘기가 오갔거나, 혹은 앞으로의 관계를 위한 정지(整地)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애플과 합병 또는 본격 제휴를 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건 업계의 오랜 루머였습니다. 폴크스바겐과 애플의 빅딜을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나서 미국 정치권과 물밑 추진 중이라는 얘기까지 돌았지요. 이미 애플은 2018년에 폴크스바겐의 밴 차량을 기반으로 내부 운영 용도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2021년 이후 제휴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아주 많습니다. 조만간 모빌아이·인텔·무빗연합이 자동차업체와 제휴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인텔은 완전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주행보조시스템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모빌아이, 지도·모빌리티서비스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무빗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자동차회사와 본격적인 제휴 혹은 인수에 나선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혼다는 GM 에 가솔린엔진을 주는 대신 GM으로부터 전기차기술을 받기로 했는데요.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와 연계해 GM­-혼다-크루즈 연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혼다는 현재 자사 계열의 핵심 부품사를 닛산 계열 부품사인 히타치오토모티브에 통합시키는 중인데요. 히타치오토모티브를 통해 르노·닛산·미쓰비시까지 연결되는 셈입니다. 히타치 역시 자율주행기술의 본격 개발에 나서고 있는 중인데요. 혼다·르노·닛산·미쓰비시와 히타치 등이 자율주행 부문에서 범 GM·크루즈 연합으로 연결되는 상상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퀄컴·구글 등 현재 모바일 시장의 AP·소프트웨어플랫폼 강자도 본격 제휴 나설 듯

자율주행기술을 오랫동안 개발해 온 구글도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테슬라·엔비디아가 이미 치고 나가고 있고, 애플도 마각을 드러내기 직전이니까요. 구글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로 얻은 성취를 모빌리티시장에서도 가지려면, 조만간 빅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도요타의 전략은 일단 자국 업체들끼리 연산 1600만대 연합을 만들어 살아남겠다는 것 같습니다. 자회사인 다이하쓰·히노, 자본제휴 관계인 스즈키·마쓰다·스바루에 자사가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자율주행 기반의 전자제어 플랫폼을 얹겠다는 거죠. 도요타는 기본기가 워낙 탄탄한 회사여서, 마이웨이로 가더라도 쉽게 무너질 것 같진 않습니다. 모르죠. 이러다가 테슬라 혹은 엔비디아와 손잡을지도요. 도요타도 다임러와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지분을 인수했었고, 도요다 아키오 현 도요타 CEO와 머스크의 사이가 돈독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푸조·시트로엥)는 2021년 양사 합병이 완료됩니다. 규모 면에서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과 더불어 연간 생산 1000만대의 글로벌 ‘빅4’에 오르는거죠. 문제는, 덩치는 키웠는데 전기차·자율주행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어쩌면 IT기업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IT 기업 쪽에서 관심을 갖기에 충분할만큼 미리 덩치를 키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다른 자동차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방법을 찾고 있겠지요. 지금까지 인수 후보로 떠오르지 않은 의외의 상대를 검토중일 수도 있고요. 업계의 신흥 강자나 IT 기업을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2012년에 구글 본사를 찾아가 니케시 아로라 당시 최고사업책임자(CBO·Chief Business Officer)를 만난 뒤 “자동차의 효율·성능 향상도 좋지만, 앞으로 자동차가 더 재밌어지고 소비자 삶에 더 밀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게 가능해질 수만 있다면 자동차 회사의 기득권을 내려놓고서라도 구글과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정 회장의 이 말은 “구글이 현대차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에서 우선적으로 협업에 나서준다면, 현대차가 갖고 있는 자동차 제조 노하우를 구글에 완전히 열어줄 의향이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구글과 협업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더 늦기 전에 어떤 글로벌 협력이 최선일지에 대해 현대차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자동차의 기능 관점에서 보자면, 전기차 구동시스템 중심의 연합은 자동차업계 내부에서 일어나게 되겠지요. 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소프트웨어·전자제어플랫폼이 정말 중요한데, 이것은 자동차와 IT 업계 사이의 연합이 필수로 보여집니다. 확실한 것은 2021년을 기점으로 양쪽 모두에서 큰 그림의 제휴,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2021년부터 IT기업을 포함한 모빌리티 업계가 더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에겐 절체절명의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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