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건물 전광판에 전력 수요 현황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전력망과 전력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감독·감시할 ‘전력감독원’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확대로 전력 계통 관리가 날로 불안정해지는 만큼, 별도의 독립기구를 통해 주력 전원 변화 흐름에 맞는 전력망 기술 기준을 고도화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관심을 모은 전기 요금 결정권은 전력감독원에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전력 거버넌스 포럼’을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정부가 예고해온 전력감독원 신설 방안 발표다. 석탄·LNG(액화천역가스)·원자력 등이 전부이던 시절 구축한 대형 중앙집중식 전력망 관리 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해가는 망 운영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출력을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월 62.3%에서 지난해 5월 81.1%로 4년 만에 2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날씨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탓에 발전기를 쉽게 끄고 켜는 유연성이 점점 중요해지는데, 반대로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 비중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중 최저·최대 전력 수요 간 격차는 2021년 48.7GW(기가와트)에서 2025년 60.2GW로 확대했다. 유연한 전력 수급 관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응 능력은 오히려 경직되다 보니 정부는 발전기를 강제로 끄는 ‘출력 제어’로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27회였던 출력 제어 횟수는 지난해 82회로 3배 늘어났다. 출력 제어가 잦아지면 발전기는 그만큼 고장 확률이 올라간다.

현재 석탄·LNG·원전 등 대형 발전소는 정부의 출력 제어 명령에 순응하지만, 민간 사업자가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불응하는 일이 많다. 전력 당국 통제에 따라야 하는 의무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빠져 있어, 출력 제어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비협조는 계통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정부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은 전력망 운영과 전기사업에만 집중하게 하고, 감시·감독은 전력감독원에 맡겨 심판과 선수를 분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감독원 역할은 전력망 기술 기준(그리드 코드) 고도화와 이행 관리, 출력 제어·비상 조치 등 전력망 운영 조치의 적절성 평가, 주요 설비 고장 원인 조사, 재생에너지 등 분산 전원 통합관제 체계 확립을 위한 기관 간 협조 체계 마련 등이다.

분산 자원 확산과 민간 발전사 증가로 전력 시장 참여 주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정부가 전력감독원 시설을 추진하는 이유다. 전력거래소 회원사 수는 2001년 19개에서 2025년 6월 기준 7096개로 약 374배 늘었다. 그러나 현재 전력거래소에 시장을 감시하는 인력은 7명에 불과한 상태다.

에너지 업계 고위 관계자는 “출력 제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각종 통제와 조치가 적절했는지 사후 검증하고, 잦은 가동 중단에 따른 설비 고장 시 책임 소재를 객관적으로 가려낼 ‘제3의 심판’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전력감독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력감독원 권한에서 전기 요금 결정권은 빠졌다.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연료비와 연동한 전기료 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이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 집권 여당과 물가 당국이 여론과 경기 부담 등을 고려해 정무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