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페레가 2026년 4월 6일 마이애미의 주유소에서 차량에 연료를 넣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이란 전쟁 이후 치솟는 기름값에 긴급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정유사의 출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는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는 유류세 인하나 보조금 지급, 비축유 방출, 가격 정보 공개 등을 택하고 있다. 과도한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건 헝가리와 폴란드 정도다.

미국은 큰 틀에선 시장 기능에 맡기면서도 전략비축유(SPR) 방출과 석유회사의 증산 등 공급을 확대해 가격 상승 폭을 완화하고 있다. 조지아주(州) 등 일부 주는 유류세 부과를 유예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은 재정 정책으로 가격 급등을 완화하고 있다. 7000만유로(약 1215억원)의 재정을 투입한 프랑스는 운송·농업·어업 등 취약 부문에 유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어업종사자들에겐 리터당 약 300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영국은 유류세를 인하하는 한편, 각 주유소의 가격 정보를 공개해 지역별 가격 차이 발생을 억누르고 있다. 스페인은 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낮췄고 호주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다.

일본은 약 8000억엔(약 7조5000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가격을 억제하지만 최고 가격제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리터당 약 170엔(약 1580원)을 휘발유의 적정 가격으로 정하고 정유사에 실제 공급가와 적정 목표 가격 간 차액을 보조금으로 준다. 국제 유가 폭등분을 정부가 보조금으로 흡수해 유통 과정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하게 직접 개입하는 헝가리는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의 상한을 강제하고 있다. 폴란드도 소매가격에 상한선을 정하고 어길 시 약 4억원의 벌금을 매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입을 택한 헝가리는 지난 2021년에 부작용의 대가를 경험한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데도 정부의 상한제 개입으로 소매가가 낮아지자, 수요가 20~30%나 급증한 것이다. 손해 보는 정유사들이 공급을 줄였고 주유소 영업 중단과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비싼 가격에도 휘발유를 못 사는 상황이 됐고 헝가리는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