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이뤄져 과거 농업은 물론 투자 유치도 어려웠던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입지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춘 덕이다. 가파른 협곡과 넓은 산지가 관광지를 넘어 ‘디지털 밸리(Valley)’가 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구이저우성 관계자 및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에서 운영 중이거나 새로 건설되고 있는 기업의 데이터센터는 50곳에 달한다.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도 데이터센터 입지로 구이저우성을 택했다.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에 구축된 '화웨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연구단지, 교육시설과 함께 지어져 마을의 형태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

빅테크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구이저우성의 비결은 자연에 있다. 여름에도 유지되는 평균 20도 안팎의 기온은 데이터 서버를 시원하게 유지해야 하는 기업에게 큰 유인으로 작용한다. 현지 지자체 관계자는 “무료 에어컨과 같은 자연환경 덕에 비용 절감이 많이 되는 편”이라고 했다.

낮은 기온을 위해 동굴을 터널 형태로 개조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중국 최대 메신저앱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구이양시에 47만㎡ 면적의 터널 속을 30만대의 서버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 입지로 선택했다.

지난 2018년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텐센트의 데이터 센터가 터널 속에 건설되고 있다. /영국 정경대 홈페이지

전력 소비가 많아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전기 요금이 저렴한 것도 빅테크의 데이터센터를 불러 모은다. 수자원과 석탄이 충분한 구이저우성은 중국 내 다른 지역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제공한다.

다른 지역의 전기료가 킬로와트시(kWh)당 0.5위안이라면 구이저우성은 0.35위안 수준이다.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 화웨이의 경우 동부에 거점을 두는 것보다 전기료만 수십억위안을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차원의 전략도 한몫했다. 중국은 2022년부터 8개의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의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통합 국가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구이저우성도 8개 허브 중 하나다.

동부 대도시에 집중된 데이터 처리 수요를 서부 지역의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동수서산(东数西算)’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생산과 사용이 많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동부 해안지역의 데이터를 기후·에너지 차원에서 유리한 서쪽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개념이다. 부지도 상대적으로 넓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에 위치한 슈퍼컴퓨팅 센터의 데이터실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신화통신

관련 클러스터가 형성되면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 및 전문 인력 등의 집적효과도 있다. 미국 기업 애플도 지난 2017년 10억달러(약 1조4770억원)를 들여 구이저우성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아이클라우드 등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이곳에 저장 및 처리된다.

데이터센터를 넘어 컴퓨팅 허브로도 성장 중이다. 관련 투자 금액도 지난해 기준 220억위안(약 4조8138억원)을 넘어서며 인공지능 컴퓨팅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이저우성의 컴퓨팅 능력 규모도 지난해 150엑사플롭스(컴퓨팅 성능을 측정하는 단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