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 업체들이 한전에 ‘전선 생산 차질 가능성’을 통보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나프타 공급 불안 탓에 고압 전선, 저압 전선, 지중 케이블 등 주요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전은 송배전망 구축뿐 아니라 기존 설비 유지·보수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전은 9일 서울 서초동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선 수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LS전선, 일진전기 등 대기업과 전선공업협동조합 회원사들, 전선용 복합수지(컴파운드) 제조사 세지케미칼, 위스컴, TSC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이 업체들은 한전에 ‘고압 전선 등 주요 제품의 생산이 곤란해졌다’고 통보했고, 한전이 대책 마련 차원에서 긴급회의를 연 것이다.
한전은 납품 업체들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라는 불가항력 상황 탓에 공장이 중단된 만큼, 공급 지연이 있더라도 지체상금 부과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지체상금은 계약된 납품 시점을 못 지킬 경우에 부과되는 일종의 벌금이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고압 전선과 지중 케이블은 두꺼운 만큼 복합 수지 사용량이 많아 이미 생산이 부분 중단된 상태다. 피복(절연체)이 얇은 저압 전선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나프타 공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향후 1~2개월 내 공장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선의 주요 재료인 복합 수지와 피복은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 합성수지로 만든다.
전선공업협동조합 류인규 이사장(씨엔아이전선 회장)은 “나프타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 전선 생산량이 최소 30%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조짐이라 한전 납품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부족한 전선 공급량을 고려해, 전선 재고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할 방침이다. 고장 복구를 최우선에 두고 신규 송전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연결 등은 후순위로 미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