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기름값 폭등을 우려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국내 정유 4사 중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의 기름 값이 가장 쌌던 날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GS칼텍스 주유소가 싼 날이 많았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기름 값이 가장 싼 날은 없었다.

이는 정유 4사의 브랜드를 단 주유소 중 직영 주유소가 많은 순서와 일치한다. 직영 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다. 자영 주유소는 자영업자가 특정 정유사의 브랜드를 달고 운영하는 주유소다. 정유사들이 직영 주유소를 통해 정부 정책에 부응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다. / 뉴스1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토대로 1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3일부터 3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적용되기 하루 전인 4월 9일까지 28일 동안 일자별로 어느 브랜드 주유소가 가장 쌌는지를 분석한 결과, HD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값이 가장 쌌던 날이 19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4사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다. 가장 싸게 판 날이 두 번째로 많은 주유소는 GS칼텍스(9일) 주유소였다. 경유 역시 HD현대오일뱅크가 최저가로 판매한 일수가 20일로 가장 많았다. GS는 경유를 8일 동안 최저가로 판매하며 2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10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19개 자치구 중 강서구·동대문구·동작구·서초구 등 8개 자치구에서 최저가 주유소는 HD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였다. 휘발유와 경유의 서울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했음에도 이들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1900원대로 판매 중이었다.

정유업계에서는 각사 직영 주유소의 비중이 이런 흐름을 만든 것으로 해석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직영 주유소 비중은 정유 4사 중 가장 크다. HD현대오일뱅크 브랜드를 단 주유소는 2264개로 이 중 약 240개(10.6%)가 직영이다.

직영 주유소 비중이 다음으로 높은 정유사는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전체 주유소 1994개 중 9.1%(182개)가 직영이다. SK에너지의 직영 주유소는 전체(2638개)의 3%(80개)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은 전체 주유소 2267개 중 직영 주유소가 없다. 직영 주유소 비중이 높을수록 최저가에 판매한 일수가 많은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이는 직영 주유소와 자영 주유소의 가격 차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1·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줄곧 직영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자영 주유소보다 낮았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3월 13일 직영 주유소는 휘발유를 리터(L)당 1803.75원에 판매했지만, 자영 주유소는 1867.14원에 팔았다. 2차 최고가격제 적용 마지막 날인 9일에도 직영 주유소 휘발유 가격(1952.92원)이 자영 주유소(1986.58원)보다 저렴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판매 가격이 낮게 나타난 것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 가격 자체가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1차 석유 최고가격이 적용된 3월 3주에 정유 4사 중 휘발유를 가장 낮은 가격(1719.61원)에 공급했다.

2차 석유 최고가격이 3일 반영된 3월 4주 휘발유 공급가 역시 HD현대오일뱅크(1722.85원)가 가장 낮다.

경유 공급가격을 보면, 3월 3주에는 GS칼텍스가 1707.77원으로 HD현대오일뱅크(1708.74원)보다 리터당 0.97원 싸게 공급했다. 하지만 3월 4주 들어선 HD현대오일뱅크가 경유를 가장 낮은 가격(1703.01원)에 공급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직영 주유소 가격이 자영 주유소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흐름이 바뀌었다”며 “직영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면서 인근 자영 주유소의 원성을 듣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