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기를 직접 사다 쓰는 전력 직구로 전환할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의 탈(脫)한전은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공공 영역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8일 기후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지난 2월 전력거래소에 전력 직구를 위한 거래자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공기관 중 코레일에 이어 두 번째, 기후부 산하 기관으로는 처음이다. 수자원공사가 탈한전을 택한 이유는 ‘수돗물 생산 원가 절감’이다.

전력 직구는 소매 판매자인 한전 대신 도매시장인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직접 사는 걸 말한다. 한전도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서 송전망 이용료 등을 붙여 되판다. 원래는 한전 구매 물량이 워낙 커 한전 소매가가 직구보다 쌌다. 하지만 한전이 적자를 메우려 산업용 전기료를 집중 인상하면서, 직구가 이득인 상황이 된 것이다.

전력 직구는 시설 용량이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 사업장만 신청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에선 팔당취수장, 판교가압장, 현도1취수장이 해당된다. 이들 3곳의 전기료는 2021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1127억원으로 73.4% 폭등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돗물 판매 단가는 2016년 이후 10년째 동결 중인데 전기요금은 폭등해 재정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며 “직구 시 약 10%의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간 영역에선 전력 직구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올들어 SK그룹의 IGE를 비롯해 세아창원특수강,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OCI 군산 공장 등이 전력 직구를 신청했다. 지난해 5월 기준 2곳에 불과했던 신청 사업장은 1년 만에 29곳으로 급증했다. 김위상 의원은 “산업용 전기료가 민간은 물론 공공조차 감당할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했다.

다만 이란 전쟁은 변수다. 전력 직구 기업은 발전 단가 상승분을 흡수해주는 한전이라는 완충재가 없어, 원유·천연가스 급등기에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여파로 기업의 전력 직구 추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