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본사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7일 민노총 소속 HMM 육상노조는 최원혁 대표이사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인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이전 절차를 강행한 것은 부당 노동행위”라는 것이다. 회사의 전향적 답변이 없을 경우 노조는 8일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이사회 의결 효력 정지 및 관련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갈등은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한 지난달 30일 HMM 이사회를 계기로 격화됐다. 회사 측은 다음달 8일 임시 주총에서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HMM 지분의 약 70%를 보유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찬성하면 이전은 사실상 확정된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6월 부산시장 선거전에 나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개 지지하고 있다.
논란의 이면에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기업의 본사 위치가 대통령 공약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결정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HMM은 상장된 민간 기업이다. 그런데 정책금융 기관이 지분 70%를 쥐고 있어 정부 의지가 곧 주주총회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 업계에선 공개적인 찬반 입장 발언은 삼가면서도 “정치적 논리에 치우친 이전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영진 “현장 경영 강화 위해 부산 와야” vs 노조 “글로벌 표준은 ‘이중 거점’”
부산 이전론의 논거는 “현장 중심 경영을 통한 효율성 증대”다. 세계 7위권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 해운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대주주이자 정책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모두 부산에 있는 만큼 본사도 이전해야 실질적인 현장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파산 위기의 HMM이 7조원 이상의 공적 자금으로 회생한 만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적 책임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는 HMM 이전 시 5년간 15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조는 “서울의 금융·인적 인프라와 멀어지면 경영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업은 서울과 해외에서, 선박 관리는 부산에서 하는 현재의 이중 거점 체제가 효율적이란 것이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여의도 금융권과 밀착도가 떨어지고 조(兆)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선박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주장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사례도 이들의 논거다. 세계 1위 선사인 MSC의 본사는 바다가 없는 스위스의 금융 허브 제네바에 있다. 2위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는 항만은 아르후스(Aarhus)가 거점이지만, 본사는 금융 중심지 코펜하겐에 둔다. 일본 선사 ONE의 본사는 싱가포르다. 현재의 이중 거점 체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중동발 위기 속 집안싸움...경쟁력 추락할라
1100여명 본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느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HMM에는 부산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심의 해상 노조와 서울 직원들의 육상 노조가 따로 존재한다. 부산 이전에 강력히 반대하는 육상노조는 “강제 이전이 추진될 경우 숙련된 영업 인력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찬반과 무관하게 HMM의 내부 갈등이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추락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HMM은 지금 글로벌 해운 동맹 재편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이라는 외부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경영진이 이전을 강행하고 노조가 총파업으로 맞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