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조선업이 정부의 지원 속에 수주를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부족한 생산 거점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국내 조선사들이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인도 매체 레디프에 따르면 인도 가든리치조선소(GRSE)는 2025~2026년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640억루피(약 1조412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인도 대형 조선소인 마자곤독조선소(MDL)의 경우 앞서 2024~2025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2022~2023년 회계연도에 비해 25.9% 증가했다. 2028년까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과 영업이익률도 각각 10%대 초반, 10% 후반이다.

수주 물량도 넉넉한 편이다. MDL의 수주 잔고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기준 2740억루피(약 4조4552억원)다. HD현대와 협약을 맺고 협력 중인 인도 최대 국영조선소 코친조선소(CSL)의 수주 잔고도 2300억루피(약 3조7421억원)에 달한다.

인도 조선소의 매출 성장은 해군력 확장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GRSE는 지난 회계연도에 인도 해군으로부터 주문받은 8척의 함정을 건조해 인도했고 추가 계약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해군은 지난해 기준 약 140척 규모인 전함과 잠수함 전력을 2035년 200척까지 늘린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수주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양에서 중국과 파키스탄 등 인접국의 해군력 증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정부의 군용 함정 발주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 해군은 전체 국방비 지출의 약 21%를 쓰고 있다. 1조루피(약 16조2400억원) 이상 규모의 스코르펜급 잠수함 3척 등이 최종 협상 중이고 호위함, 구축함, 상륙함 사업도 예정돼 있어 앞으로 10년간 총사업 규모는 3조루피(약 4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에는 약 4500억루피(약 7조3080억원) 규모의 두 번째 항공모함 발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있는 코친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코친조선소는 최근 세계 3위 컨테이너 해운사 프랑스 CMA CGM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324억루피(약 5261억원)에 수주했다. 이 계약에는 HD현대중공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GRSE도 독일 고객사로부터 수주한 선박 13척을 건조하고 있으며, MDL은 브라질 해군 및 프랑스 해군 방산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인도 조선업이 최근 성장한 원인으로 발주 국가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꼽는다. 전세계적으로 중국 선박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자, 유럽 각국 등 여러 나라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중국 대신 저렴한 비용에 배를 만들 수 있는 인도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 첫 선박을 발주한 프랑스 CMA CGM의 로돌프 사데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나라 조선소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도가 그 옵션이 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의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포트사이드 항에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인도의 성장이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도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해 국내 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기술과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다.

인도 조선소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선박 수주량 기준 0.11%로 세계 17위다. 한국(11.96%), 중국(39.32%)의 경쟁자로 보기에는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의 점유율은 각각 3.65%, 0.44%다. 주력 시장도 소형선 위주로 고부가가치의 대형선 중심의 한국 시장과 차이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의 협력은 활발해지는 추세다. HD현대는 지난해 인도 정부의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정기선 회장이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직접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는 또 타밀나두주(州)에 신규 조선소 건설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기존 한국 조선소 부지의 3~5배에 달하는 땅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조선사들은 넘치는 수주 물량에 비해 생산 거점이 부족하고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며 “인도와의 협력이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