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습니다. 핵심은 ’2040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입니다.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속도전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김 장관은 이날 “중동전쟁으로 기존 에너지 안보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도 내놨습니다. 신축 공장과 산업단지 지붕에 일정 규모 이상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경찰차 1만7000대를 전기차로 우선 전환하고, 2030년 신차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운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날 김 장관의 보고 내용을 접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위기의 본질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금은 석유 위기”라며 “우리나라는 석유로 전기를 만들지 않는데, 재생에너지로 석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수입 원유의 절반은 수송연료, 나머지 절반은 ‘산업의 쌀’인 나프타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이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는 만들 수 있지만 나프타는 만들 수 없다”며 “현재의 위기 해결과 무관한 접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송 부문 전기화 구상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항공기·대형화물차·고속버스·시외버스 등은 전기차로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 석유류가 상당 기간 연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석유 위기 해법으로 내세우면 정유업계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켜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금 수준의 대처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더 근본적인 우려도 나옵니다.
김 장관 보고에서 원전 관련 언급은 한 줄도 없었습니다. 석유 없이도, 날씨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대규모로 공급 가능한 원전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전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에너지 안보·자립의 핵심 방안으로 부상했습니다. 대만과 스위스의 탈원전 철회 결정이 단적인 예입니다. “재생에너지라는 ‘이상’과 석유·가스·원자력이라는 ‘현실’을 결합한 통합적 에너지 안보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