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7개 방위산업 기업들의 수주 잔액이 1년 만에 24% 넘게 증가하며 1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여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과 이란의 전쟁까지 장기화돼 각 국이 방위비를 늘린 결과다. 국내 방산 업체들을 향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국내 방산 관련 대기업 7곳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이들 회사의 방산 부문(항공 제외)의 지난해 12월 기준 수주 합산 잔고는 총 113조3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 잔고인 91조1054억원과 비교해 24.4% 늘어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이 37조2200억원, 한화시스템 방산이 9조3026억원,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이 10조5181억원,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D&A·옛LIG넥스원)이 26조2526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6조5100억원(기체 부품 사업 제외)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의 수주 잔고 7조9506억원, HD현대중공업 특수선 분야가 5조580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수선은 함정과 잠수정을 의미하며 모두 방산 부문으로 분류된다.
최근 수년간 국내 방산 기업들이 일감이 늘고 있는 것은 해외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인해 지상 무기나 대공 무기 체계의 수요가 급증했지만, 신속하게 고품질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 오랜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독일 등이 대표적인 ‘방산 선진국’으로 꼽혔지만, 최근 한국 방산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주전에서 잇따라 승리하고 있다.
올해도 국내 방산 기업들의 수주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부터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에서 무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페루와 K2 전차 54대와 차륜형장갑차 등 3조원 규모의 지상 장비를 판매하는 총괄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총괄합의서는 실제 이행계약까지 이어지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 KAI는 인도네시아와 한국형 전투기 KF-21 16대 수출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들 계약은 아직 수주 잔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주전을 치르고 있는 캐나다 초계잠수함 사업 등을 고려하면 잔고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넉넉한 수주 잔고 덕에 방산 기업들은 올해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집계한 한화에어로의 올해 1분기 매출 컨센서스(전망치)는 6조3478억원, 영업이익 8282억원으로 추산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7%, 47.7% 증가한 수치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 K9 자주포 1차 계약 물량인 212문을 지난해 모두 납품했고, 올해부터 2차 물량 152문 납품이 시작된다. 또 호주와 이집트에 건설한 K9 자주포 공장도 가동된다. 각각 수주 잔액이 7000억원, 1조9400억원 남아 있다.
LIGD&A의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는 16.6% 늘어난 1조58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납품해야 할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포대의 납품이 시작된다.
KF-21 양산 1호기를 출고한 KAI도 한국 공군에 올해부터 납품을 시작한다. KAI는 올해 1분기에 1조1124억원의 매출과 883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의 매출 전망치는 1조4096억원, 영업이익 2265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1년 전보다 19.8%, 11.7% 늘어난 수치다.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의 납품이 시작되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한국 육군이 쓸 신형 K2 전차도 양산한다. 올해 예정된 물량은 10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대(對)폴란드 수출 사업을 통해 한국 방산이 크게 성장했고, 현재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을 기반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 무인 무기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미래전(戰) 시장을 선점하고, 해양과 항공 무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