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사상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을 통해 원유 200만배럴을 가져온다.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홍해를 통해 원유를 도입하기 위한 조치로, 에쓰오일도 최근 이 항구를 활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국내 정유 4사가 대체 항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4월 중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 분에 해당하는 원유 200만배럴을 선적할 예정이다.
얀부항은 사우디아라비아 서쪽에 있는 항구로 홍해에 접해있다.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유럽으로 가는 배가 이용하기에 적합한 항구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적재할 거의 유일한 대체 항구가 됐다.
에쓰오일도 얀부항을 통해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편의를 봐준 덕분이다. GS칼텍스 역시 홍해 쪽을 통해 원유 일부를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정유사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항구를 통해 중동산 원유 대부분을 수입했다. 대표적인 항구는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라스타누라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그 뒤를 아랍에미리트(UAE·11.7%), 이라크(10.9%), 쿠웨이트(8.4%), 카타르(4.4%) 등 중동 국가가 이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15년 82.5%에서 2021년 59.8%로 6년간 약 22.5%포인트(P) 감소했다.
그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2023년 71.9%까지 다시 증가한 이후 2025년까지 3년 연속 70%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동산 원유의 99%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를 선적한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것은 2월 28일이 마지막이다. 유조선 ‘이글 벨로어(Eagle Valour)’는 지난 2월 26일 이라크 알바스라를 출발,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할 당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이글 벨로어호에 실린 원유는 HD현대오일뱅크 계약분으로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 대산항에 입항했다. 이후 국내 정유사와 계약한 선박 중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없다.
이후 홍해를 통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얀부항이 대체 항구로 떠오르는 중이다. 사우디는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지르는 자국 동서 송유관을 통해 라스타누라 등 동부 지역 유전 원유를 홍해 쪽 얀부로 보내고 있다.
전쟁 전 사우디의 수출 원유 700만배럴 중 얀부항 선적량은 10만배럴 미만이었다. 하지만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 들어, 수출 물량의 거의 100%를 얀부항을 통해 수출했다.
선적 항구를 바꾸며 생기는 운송비 증가는 정유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유사가 중동산 원유 수급에 공을 들이는 것은 원유 정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보다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이 오른데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비용이 늘었지만, 가용할 수 있는 중동산 원유는 최대한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