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브라질 출장길에 올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반 시설로 떠오른 ‘에너지’와 거대 신흥 시장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등 미래 성장 전략 점검에 나섰다. 구 회장은 미국 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거점을 찾고,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브라질 사업장을 방문했다.

2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전문 자회사 ‘버테크(Vertech)’를 방문했다. 버테크는 ESS의 설계, 설치, 유지·보수는 물론 소프트웨어 기반의 운영 관리까지 담당하는 시스템 통합(SI) 전문 기업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구광모(왼쪽)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LG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조성되고, 데이터센터를 24시간 운영하기 위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ESS는 단순히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를 넘어 전력 부하를 최적화하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서 구 회장은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ESS 배터리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통합 설루션 역량을 높여 시장을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등 미래 배터리 수요의 급증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하드웨어(배터리)와 소프트웨어(운영 시스템)를 결합한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ESS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기에 도입한 것은 물론, 북미 현지 거점 5곳을 ESS 생산 라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북미 현지에서 ESS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여기에 버테크의 SI 역량을 결합하면, LG의 ESS를 선택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부터 설치, 사후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일정을 마친 구 회장은 곧바로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을 찾았다. 구 회장이 브라질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LG전자 마나우스 생산 법인과 현지 유통 매장을 찾아 중남미 시장 전략을 점검했다.

브라질은 인구 2억 1000만명의 세계 7위 인구 대국이자 중남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특히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거점 국가로 꼽힌다.

구 회장의 지난해 2월 인도, 6월 인도네시아 방문에 이어 합계 인구 20억명에 달하는 거대 신흥 시장인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LG전자가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에 구축 중인 냉장고 신공장은 올해 7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LG 관계자는 “이 공장은 브라질의 높은 수입 규제와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전략 기지로, 완공 시 중남미 시장 전역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