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 설계’ 사업 입찰 결과가 조선업계에서 화제입니다. 조선 ‘빅3’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 조선소가 미군의 새 함정 건조에 참여하는 첫 사례이자, 지난해 한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온 실질적인 협력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무대에서 탈락한 것은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입니다.
작년 10월 HD현대가 미국의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해 이 사업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직후,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미국 쪽에서 HD현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그런 자신감과 달리 HD현대의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수주 전에선 미국 특수선 설계사 바르드(VARD)와 손을 잡았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내 군수지원함 건조 실적 1위이자 미국 서부 최대 조선소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NASSCO)’를 파트너로 끌어들였습니다. 반면 HD현대가 손잡은 헌팅턴 잉걸스는 규모는 최대지만 주력이 전투함입니다. HD현대가 ‘1위와 1위의 만남’이란 점만 강조하며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입찰 탈락 이후 HD현대에선 “애초 한국 기업이 미국 업체 협력사로 들어가는 구조이고, 개념 설계는 전체 사업에서 미미한 단계”라는 말이 나옵니다. 총수까지 나서 수주를 자신했던 사업을, “원래 작은 판이었다”고 하는 건 궁색합니다.
미국 사업과 관련해 HD현대는 한화에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한화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좋은 회사’라고 언급할 정도로 각인이 됐고,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수주에서도 한발 앞서고 있습니다. 미국 내 성패가 전부는 아니지만, 미국은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 속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고 통상·외교 면에서도 한미 조선업 협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채 끌려다닐 경우, 결국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HD현대가 세계 1위의 실력을 미국에서도 입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