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본사 부산 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HMM 이사회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을 30일 의결했기 때문이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추진 중인 부산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 두 곳이 HMM 지분 약 7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전이 확정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다만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HMM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정관에 명시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을 오는 5월 8일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해양수도 부산’ 사업에 HMM이 박자를 맞춘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미 작년 말 해운업을 맡는 해양수산부가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했고, SK해운 등 주요 해운사들도 잇따라 부산 이전을 발표한 것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진통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HMM 직원은 근무 지역에 따라 육상직 약 1100명과 해상직 900명으로 나뉘는데 각각 노조를 조직하고 있다. 이 중 육상노조는 이날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육상노조는 “지난 50년간 서울(영업·전략)과 부산(현장)의 이원화 운영으로 최적의 효율을 증명해 왔다”며 “부산 이전은 국가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화주와 선박 금융기관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HMM 육상 인력 다수 역시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우려다.

해상노조도 지난 25일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열린 육상노조 기자회견에 참여해 “HMM을 둘러싼 논의가 지역 간 대립이나 노사 간 갈등, 나아가 노노 간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동 전쟁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파업이 혼란을 더 키울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