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화 오너가.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그룹 제공

태양광·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한화솔루션이 지난 26일 발표한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증자로 기존 주주들은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데, 조달 자금 대부분이 채무 상환에 집중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이틀 새 20% 넘게 폭락했다. 김동관 부회장 등 경영진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총 4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회사의 손실과 부채가 늘어나는 동안 김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 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빚 갚으려 유증하는데 오너 보수는 늘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2조4000억원(보통주 72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발행 주식 수 대비 약 42%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다. 발표 당일 주가는 약 18% 급락했고, 27일에도 3% 넘게 하락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인 ‘매도 의견’ 리포트까지 등장했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주식 수가 늘면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겐 악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를 시장이 특히 비판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사용 목적이다. 기업의 유상증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 등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우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조달 자금의 60%가 넘는 1조5000억원을 단기 차입금 및 회사채 상환 등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주들 사이에선 ‘추가 유상증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확산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발표 이틀 전인 지난 24일 정기 주총에서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기존 3억 주에서 5억 주로 확대했다. 기존 발행 주식 수가 약 1억7000만 주 수준이라, 발행 가능 주식 수를 굳이 늘리지 않아도 이번 7200만 주 증자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한도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추가 유상증자할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석유화학)·큐셀(태양광) 양대 부문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태다.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태양광은 미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조성했지만 수요 둔화로 고전 중이다. 최근 2년간 1조6000억원대 자산 매각, 7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해 3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 비율도 2022년 말 138%에서 작년 196%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최고 경영진의 보수가 늘어난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솔루션에서 지난해 50억4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3년 대비 약 40% 늘어난 수치다. 방산·우주·에너지 등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도 최근 2년간 매년 30억원 안팎의 연봉 외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80만주 이상을 성과 보상 명목으로 받았다.

◇한화 “임원들 작년 연봉만큼 주식 매입”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 때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당시 확보 자금이 경영권 승계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소액주주 플랫폼 등에서 ‘금융감독원에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촉구하자’며 탄원서에 동참하는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탄원까지 계획하고 있다. 금감원도 유상증자 절차 등에 대해 꼼꼼하게 심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한화솔루션 경영진은 ‘책임 경영’을 강조하며 주식 매입에 나섰다. 총 42억원 규모다. 김동관 부회장이 약 30억원(약 8만1500주) 규모를 매수하고,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도 각각 약 6억원(약 1만6000주)씩 매입하기로 했다. 다른 임원들도 지분을 추가 매수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이번 유증을 통해 한화솔루션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주주가치 제고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