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재고가 있어서 안 올렸어요. 주말 지나고 월요일(30일)쯤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A주유소 직원)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초 사이에 주유소마다 2차 최고가격제로 공급되는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그럼 2000원대로 오르겠죠.” (서울 마포구 B주유소 직원)
“오늘 기름값 안 올렸어요. 다음 주 초에 본사에서 가격 공지할 텐데 그땐 인상하겠죠.” (서울 동대문구 직영 C주유소 직원)
27일 0시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실시된 가운데 주유소 판매 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1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정한 공급 가격으로 받아놓은 재고 물량이 남아 있고, 주변 주유소가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은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에선 빠르면 이틀에서 늦어도 일주일 사이에 기름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설정한 공급 가격이 휘발유·경유·등유 모두 각각 1차보다 210원씩 상승했고, 해당 물량이 이번 주말부터 주유소 탱크를 차례대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마포구·서대문구·종로구·중구·중랑구 일대 주유소 10곳을 둘러본 결과, 종로구와 중구에 있는 두 곳의 주유소를 제외하고 5곳의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리터(L)당 1800원대에, 3곳의 주유소에선 휘발유와 경유를 1700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서대문구 A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리터당 1859원, 1849원에 판매 중이었다.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한 정유사의 직영 C주유소 역시 휘발유는 1860원, 경유는 1809원에 판매했다.
동대문구 G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1798원에 팔았다. 중랑구 I주유소도 휘발유와 경유를 1799원, 1789원에 판매했다.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자마자 기름값이 20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한 것이다.
주유소 직원들은 한결같이 재고가 남아 있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제동 A주유소 직원은 “탱크를 3일에 한 번 채우는데 아직 1차 석유 최고가격제 때 도입한 물량이 남아있다”며 “정부에서도 공급 가격에 맞춰 판매 가격을 낮추라고 했으니, 이번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정도면 올라간 가격으로 새로운 물량이 들어오고 그에 맞춰 가격을 올릴 듯하다”고 말했다. 중랑구 I주유소 직원도 “재고가 있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1차 가격 고시하고 기름값을 한 번 내린 이후로 그대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재고와 상관없이 가격을 전날 대비 올린 곳도 있었다. 하지만 가격 인상 폭이 1·2차 석유 최고가격제 인상분 이하라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모양새다. 중구 E주유소는 전날보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을 각각 100원씩 인상했다. 마포구 B주유소 직원은 “휘발유와 경유를 어제보다 각각 210원씩 올렸다”고 했다.
2차 최고 가격제 시행에도 불구, 기름값이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7일 오후 1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35.7원, 경유 가격은 1831.77원으로 전날 보다 각각 16.35원, 15.97원 오르는 데 그쳤다. 휘발유는 1차 최고가격제 시행 3일 차였던 15일(1840.09원)보다 싸고, 경유 역시 1차 최고가격제 시행 4일 차인 16일(1831.80원)보다 낮다. 전국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서울을 기준으로 해도 이날 1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64.08원, 경유 가격은 1851.80원으로 1900원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마포구 B주유소 직원은 “늦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는 주유소들이 새로운 공급 가격으로 들어오는 물량을 반영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유류세를 인하했으니, 그만큼 또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2차 석유 최고가격 지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13일에 도입한 1차 석유 최고가격 고시 적용 기간인 2주가 지나면서 내놓은 조치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 가격 상한이다. 27일 0시부터 휘발유 최고 도매가격을 리터당 1934원으로 경유는 리터당 1923원으로, 등유는 1530원으로 1차 석유 최고가격 대비 각각 210원씩 올랐다. 해당 공급 가격은 27일부터 4월 9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했다. 현재 휘발유 7%, 경유 10%인 유류세 인하 폭을 각각 15%와 25%로 확대했다. 휘발유의 리터당 유류세(부가가치세 포함)는 763원에서 698원으로 65원, 경유의 리터당 유류세는 523원에서 436원으로 87원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