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자 정부는 석탄 발전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석탄 발전량의 20%를 차지하는 동해안의 최신 석탄 발전소들은 가동률을 높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부족한 데다, 이미 깔린 송전망마저 절반이 규제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8차선 도로를 뚫어 놓고 4차선만 쓰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선 한시적 규제 완화 등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삼척 등 동해안 지역에는 국내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석탄 발전소들이 몰려 있다. 전체 설비 용량은 7.4GW(기가와트)로, 국내 전체 석탄 발전 용량의 20%에 해당한다. 대형 원전 7기에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이들의 가동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송전망이 부족해서다.

동해안 송전 병목은 ‘선로가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미 깔린 선로도 절반 수준만 써야 한다. 동해안~수도권 송전망의 설비 용량은 22GW지만, 전력 당국은 산불·낙뢰 등으로 대형 송전망 하나가 통째로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남은 송전망만으로도 버틸 수 있게 운전한다. 실제 송전망 운영 한도는 11GW 안팎이라는 얘기다. 2011년 9·15 대정전 이후 강화된 ‘정전 방지 우선’ 원칙 때문인데,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도 이 규제는 작동되고 있다.

그나마 11GW의 송전망은 8.7GW 규모 원전들이 먼저 점유한다. 석탄 발전소 몫의 용량은 2.3GW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7.4GW 용량을 보유한 동해안 석탄 발전소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이유다.

동해안 석탄 발전사들은 현재의 송전망 규제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평시엔 송전선로 1개 분량만 비워두고 비상시에만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저렴한 석탄 발전 대신 LNG 발전이 공백을 메우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사고 발생 시 누가 총대를 멜 것이냐’를 두고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기존 송전망을 최대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신뢰도 기준을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