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장련성 기자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제조)·매뉴팩처링(설계·기술)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조선소를 짓고 싶은 사업자에게 레이아웃 설계부터 생산·운영 시스템까지 통째로 패키지로 팔겠다는 것이다.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을 노려 수십 년간 쌓아온 조선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디지털 플랫폼 형태로 제품화해 파는 셈으로, 배를 만드는 회사에서 ‘조선소 만드는 법’을 수출하는 회사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의 이런 사업 확대는 최근 조선업 호황과 맞물린 선제 대응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업은 슈퍼사이클(호황기)에 수주가 몰릴 때는 실적이 급증하지만, 업황이 꺾일 경우 수주 공백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업 외 사업을 확대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미리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이번 주총에서 신사업을 정관에 반영했다. 한화오션은 기존에 추진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정관에 명시했고, 삼성중공업도 교육서비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 조선소 짓는 법까지 판다

HD현대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계획은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신규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레이아웃 설계부터 엔지니어링·운영 시스템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AI(인공지능) 기반 선박 3D 모델링 차세대 CAD(컴퓨터 지원 설계) 시스템, 선박 생애주기 관리(PLM), 디지털 제조(DM), 자동화 운영 시스템 등 스마트 조선소 구현에 필요한 디지털 매뉴팩처링 플랫폼을 개발·공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조선소를 스마트 공장으로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세트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HD현대 측은 “당사가 보유한 기술 자원과 노하우를 플랫폼 형태로 제품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통 제조업 중심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 보안이 필요한 부분은 특허 등을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조선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으로 HD현대의 특화 기술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도 등 신규 조선소 건설 수요가 확대되는 신흥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 한번 구축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도 눈길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에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기존에도 풍력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이를 정관에 명시하고 사업 범위를 정비한다는 의미다. 추가되는 항목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설비의 설치·운영·판매사업, 에너지 공급 및 판매사업, 발전사업권과 지분·권리 양수도업, 관련 컨설팅 및 용역업 등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해상풍력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시장의 성장세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전남 신안군 해역에 390MW(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 설계·조달·시공(EPC) 도급계약을 현대건설과 공동 체결했다. 총계약금액 2조6400억원 중 한화오션 몫은 1조9716억원이다. 국내 최초로 15MW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풍력발전기 설치선(WTIV)도 직접 건조해 이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교육서비스업을 이번 주총에서 새 사업목적으로 추가해 눈길을 끈다. 경남 산청군 소재 연수원을 재개장해 외부 연수 수요가 생길 경우 시설 대관 등을 통해 부가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