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發) 에너지 공급 불안 탓에 저가항공사들이 줄줄이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이란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급등한 항공유 가격 때문에 노선 운항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유통·식품업계에선 공급량이 부족한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닐 포장재를 확보하지 못했다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대책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가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부터 서울~호놀룰루 일부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고 에어로케이와 에어부산은 조만간 일본·동남아·괌 등 국제선을 감편할 계획이다. 한국 노선을 운영하는 해외 항공사도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베트남의 비엣젯항공은 지난 23일에 4월 인천~나트랑·다낭·푸꾸옥, 부산~푸꾸옥 등 일부 노선의 운항 취소를 공지했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유가 상승에 대비해 항공유 가격을 고정하는 ‘연료 헤지(위험 회피)’를 활용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저가항공사 대부분은 항공유 가격 급등에 고스란히 위험 노출된 상황이다. 해외로 운항 갔다가 현지에서 항공유 수급을 못 할 경우엔 귀국편 운항을 못 하는 위험도 노선을 축소하는 이유다. 현재 항공유(싱가포르 주간 평균 기준) 가격은 배럴당 197달러(약 294만원)로, 전쟁 전(약 9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항공편이 축소되는 가운데 바닷길을 맡는 해운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 55개 연안여객선 사업자와 850개 연안화물선 사업자 일동은 24일 성명서에서 “유가 급등으로 연안 여객선과 화물선 사업자들이 선박을 띄울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에 직면했다”고 했다.
비닐·플라스틱 포장재 품귀 탓에 종이 포장재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종이 포장재 업체인 한솔제지는 이란 전쟁 전과 비교해 종이 포장재 구매 문의가 30~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페이퍼코리아는 비닐백을 대체하는 종이 쇼핑백의 구매 문의가 같은 기간 약 30% 늘었다.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상당수 기업이 종이 포장재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종이 제조사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플라스틱 포장재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종이와 같은 대체 소재가 급확산될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종이는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공급 물량도 비닐의 부족분을 모두 채울 정도로 많지 않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특정 자원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는 공급 불안을 초래한다”며 “원료를 다변화하는 ‘원료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기태 한국제지연합회 본부장은 “수요가 늘어 대량 생산하게 되면 종이 포장재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