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석유화학 기업 LG화학이 23일 전남 여수 2공장의 나프타 분해 설비(NCC) 가동을 중단했다. 중동산 나프타 수입이 끊긴 여파다. 업계에선 “지금 추세라면 국내 석유화학 주요 공장의 연쇄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이 가동을 중단한 곳은 여수 1·2공장 중 규모 80만t인 2공장이다. 회사 측은 “한정된 나프타 재고를 활용해 메인 설비(1공장)를 최대한 오래 가동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120만t인 1공장을 중단하면 후방 산업에 미칠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2공장만 가동을 중지한다는 것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무색 액체로 800도 이상 고열로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벤젠 같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얻는다. 이를 가공하면 비닐봉지·페트병·포장재·합성섬유·합성고무·타이어, 심지어 이차전지용 분리막과 도전재(導電材)까지, 방대한 산업 소재가 나온다.
중동산 나프타 수급 차질 여파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에서 확산 중이다. 이미 여천NCC가 3월 초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을 통보했고, 지난 17일 일부 공정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대정비 작업을 앞당기는 식으로 오는 27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석유화학 설비는 한 번 중단하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이달 초부터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낮추며 버텼지만 전쟁 발발 후 20여 일이 흐르자 셧다운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중동발 수급 쇼크가 아시아 항공업계로도 번질 조짐도 있다. 아시아 주요국이 모두 원유 수급이 어렵다 보니, 일본·베트남·필리핀 등의 공항에서 한국으로 올 때 우리 항공사가 급유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현지 항공유 가격이 치솟을 경우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도 생길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