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당국이 2분기(4~6월) 전기 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사실상 동결하기로 했다. 전기 요금에 영향을 주는 국제 연료비가 최근 안정세를 찾으면서 인하 여지가 생겼지만, 200조원을 웃도는 한국전력 부채 상황과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전은 2026년 2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를 기존과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 요금은 ‘기본 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연료비 조정 단가’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 단가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브렌트유 등의 평균 가격을 토대로 ㎾h당 ±5원 범위에서 산정한다. 한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 3분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최대치인 +5원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 1~3월 국제 연료비를 기준으로 한전이 자체 계산한 결과로는 산술적으로 ㎾h당 11.2원을 오히려 인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에 연료비 조정 단가 ‘현상 유지’를 지시했다. 그 밖에 전기 요금을 구성하는 다른 항목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2분기 요금 동결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정부는 부채 206조원에 하루 이자 비용만 119억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 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했지만 당시 전기료를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기 요금을 건드리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도 많다.
산업계에선 요금 동결로 기업들의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업용 전기료는 2021년 1㎾h당 105.48원에서 올해 1월 190.09원으로 80% 올랐다. 정부는 대신 4월 16일 시행되는 ‘계절·시간대별 전기 요금 개편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부담을 감안해 ‘낮에 비싸고, 밤엔 저렴했던’ 요금 구조를 ‘낮에 싸고, 밤에 비싼’ 구조로 조정했다는 게 핵심이다. 300k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용’ 소비자 4만여 곳이 대상인데, 기후부는 이 중 97%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