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이사 15명 가운데 우호 인사 9명을 확보하며 지난해에 이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2024년 9월부터 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영풍 측은 이날 이사를 종전 4명에서 5명으로 1명 더 늘렸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주총은 최 회장 측에 만만치 않은 환경이었다. 우호 지분을 포함해 양측 차이가 1~2%포인트에 불과한 가운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총 직전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총 시작 전부터 양측 신경전은 치열했다. 주총 개최 전 양측이 소액 주주 등을 대상으로 확보한 의결권 위임장을 두고, 중복 논란이 계속돼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던 주총은 3시간가량 늦게 시작했다. 주총이 열린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입구에는 MBK 측을 비판하는 고려아연 노조의 피켓 시위도 이어졌다.
이날 주총의 최대 쟁점은 신규 이사 선임 방식이었다. 이날 임기가 만료된 최 회장 등 이사 6명의 후임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이사회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MBK·영풍 측은 6명 전원을 한꺼번에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고려아연은 소수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 지분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6명을 집중투표로 뽑으면 3대3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사회가 기존 11대4 구도에서 9대6으로 좁혀진다는 구상이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번에는 5명만 선임하고 나머지 1명은 향후 임시 주총에서 따로 뽑는 감사위원 몫으로 남겨두자는 안을 제안했다. 9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이 이사 후보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린 것에 대응한다는 취지였지만, 집중투표 대상 인원을 5명으로 줄여 MBK·영풍 측이 가져갈 이사 수를 줄이려는 포석이었다. 5명을 집중투표로 뽑을 경우 최 회장 측이 3명, MBK 측이 2명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었다.
표 대결 끝에 최 회장 측 ‘5인 선임’ 안건이 통과됐고, 이사회는 9대5로 재편됐다. 향후 열릴 임시 주총에서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 1명도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약 42%의 지분을 보유한 MBK·영풍 측이 지분 우위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주총에선 집중투표제 기준을 두고 양측 설전이 이어져 향후 법적 공방 가능성도 크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이 배수로 부여되지만, 해외 주주들은 시스템 제약으로 보유 의결권을 전부 사용하지 않고 일부 후보에게만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작년 주총에서는 실제 행사된 표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효로 처리했지만,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의결권까지 포함해 특정 후보에게 집중된 것으로 간주해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MBK 측은 “이미 적용된 기준을 주총에서 갑자기 변경한 것은 단순한 해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히 이번 기준 변경이 치열한 표 대결 국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번 산정 방식은 외부 전문가의 자문과 법률 검토를 거친 합리적인 기준”이라며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주주의 의사를 있는 그대로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