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중동 전쟁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두바이유)가 역대 최고 수준인 배럴당 179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24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에 따른 국제 유가 전망’이란 제목의 분석 자료를 냈다. 에경연은 이번 이란 사태에 대해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차단된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과거 1·2차 석유 파동을 웃도는 규모의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경연은 향후 유가 경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지속 기간과 공급 정상화 시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이번 사태가 4월 말에 종결되고, 5월 중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4월에 배럴당 16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안정화해 6월 이후 정상 경로로 복귀하고, 연말엔 83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에경연은 내다봤다.

반면 사태가 상반기 내내 이어지다가 6월 말 수습되고, 8월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한다면 두바이유는 배럴당 179달러(6월)까지 급등할 것으로 에경연은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개월가량 지속되면 전략 비축유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격 상방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경연은 이 시나리오에서는 8월 이후 정상 공급 경로로 복귀하더라도 유가 회복 속도는 연말까지 더딜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병목이다. 하루에 2100만배럴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이란,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이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한다.

두바이유 가격은 사태 발생 직후이던 이달 초 배럴당 약 80달러였는데, 중순 이후 15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다. 지난 23일 기준 배럴당 169.75달러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고점인 배럴당 113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고유가 장기화는 경상수지와 물가,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에경연은 “현 대응 조치의 실효성을 지속해서 점검하되, 봉쇄 장기화에 대비한 추가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특정 수송로에 공급이 집중될 때의 구조적 취약성이 재확인된 만큼, 중장기 에너지 안보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