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 후보로 하동근 전 판교생태학습원장을 단수 추천했습니다. 사실상 임명 수순입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전국 190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는 공기업입니다.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고 수천㎞의 열 수송관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하 전 원장은 에너지 산업 관련 경력이 전무합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창립대표 등을 지낸 환경운동가로,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재명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인연이 있습니다.

LNG·가스 설비 유지관리와 긴급 복구를 전담하는 한국가스기술공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새 사장 후보군에 에너지 분야 경력이 전무한 충남 지역 변호사가 올랐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아산이 지역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변호사 역시 에너지 관련 경력은 전혀 없는 인물입니다.

개별 공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력 수급의 중장기 계획을 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위원회 구성에서도 에너지 분야 전문성은 뒤로 밀렸습니다. 민간 전문가 79명 중 시민·환경단체 출신은 6명이지만 원자력 전문가는 1명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방향이라 해도, 그 한계를 보완할 에너지 전문가가 구색 맞추기에 그친 것입니다. 위원회가 내놓는 계획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할지 업계는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기업 등의 인사에 정치적 보은이 작용하는 건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나 문재인 정부 때도 선거에 기여한 정치권 인사들이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실용’과 ‘전문성’을 인사 원칙으로 내세워 왔고, 더구나 지금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가 진행 중입니다. 위기를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없이 중요한 때입니다. 과거 정부들과 똑같은 인사를 하면서 전임 정부들과 다른 원칙을 말하는 것, 그것이 이 정부의 에너지 인사가 불편하게 읽히는 이유입니다. 비전문가가 현장을 이끌 때 그로 인한 비용은 언제나 국민 몫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