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따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조선·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선박 엔진업체들도 전기추진선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전기추진선 시장을 둘러싸고 업체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엔진은 이번 달 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MDS 사업부 양수를 마무리하고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MDS 사업부는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노르웨이 전기추진 및 전력 자동화 시스템 전문업체 SEAM AS의 지분 100%를 약 20억노르웨이크로네(약 308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엔진의 전기추진 동력은 소형 선박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배터리가 모터를 돌리고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방식인 만큼 배터리 적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 인수한 SEAM AS도 노르웨이 해안을 다니는 소형선을 전문으로 했던 업체다.
노르웨이는 유럽 전체 전기추진 선박 시장의 42%를 점유하며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해안 특성에 친환경 페리 의무화 정책까지 있어 전 세계 선박 전동화의 테스트베드로도 불린다.
글로벌 시장에 인도된 전기추진선은 인도 예정선박을 포함해도 1346척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엔진은 초기 형성단계에 있는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선도기업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대형 선박에도 점차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전기추진 선박은 전기차 시장의 흐름과 비슷하다”면서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대형 선박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은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다른 접근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9일 미국선급협회(ABS)와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 시스템 개념설계를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 시스템 기본설계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장시간 운항이 가능한 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 가능한 맞춤형 전력 운용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HD현대는 2030년 대형선 전기추진 상용화를 목표로 2028년에는 전기추진선의 핵심인 추진 드라이브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4년 5월에도 ABS와 선박용 고압 직류 송배전 시스템 개발 및 선급 규정 정립을 위한 협력 협약을 맺었다. MVDC는 고압 전력을 직류로 송전하는 기술로 대형 전기추진선 적용 시 전력 통합 효율을 최대 20% 높일 수 있다.
전기추진선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건 환경 규제다. 노르웨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오르드 등 특정 지역을 지나는 여객선과 페리는 올해부터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배출하지 않는 무배출(Zero‑Emission) 운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부터 EU 항만에 정박하는 머무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연료·기술 사용을 의무화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개화하는 시장이지만 전기추진선 수요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약 49억7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였던 전기추진선 시장 규모는 올해 58억3000만달러(약 8조7000억원)를 거쳐 2034년 227억3000만달러(약 33조9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8.5%의 높은 성장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당장 발주를 해줄 고객이 있어 매출로 직결되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늘어날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