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배터리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사상 최고가 수준을 지속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가 경쟁력을 가진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삼원계 배터리에는 코발트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탈(脫)코발트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일 시장조사 기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코발트 시세는 지난 1월부터 톤(t)당 약 5만6290달러(약 84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코발트 가격이 톤당 1만9000달러 선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세 배 가까이로 올랐다. 코발트 가격은 2022년 7월 이후 최고가 수준을 2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희귀 금속이다. 채굴 지역이 한정적이고 정제도 어렵다고 한다.
지난 2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코발트의 약 75~8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만들어진다. 정제 능력의 대부분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주요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발트가 전략 광물로 각광받자,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발트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시행 중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지난해 연간 수출량 한도를 8만7000톤, 올해 한도는 9만6600톤으로 설정했다. 2024년 기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17만톤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묶어버린 셈이다.
코발트 가격이 오르면 국내 배터리 3사도 영향을 받는다. NCM, NCA 배터리에서 코발트 비율이 15~20%를 차지해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보통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판가 연동 계약을 맺어 단기 가격 상승을 방어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 가격이 오르면, 그 상승분을 배터리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정량의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어 당장 수익성, 생산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면서도 “배터리 가격이 올라 전기차 최종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의 구매 수요가 줄고 다시 배터리 생산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에서 코발트 비중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이니켈 기술이다.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줄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배터리 3사 모두 코발트 비중을 5%로 줄인 NCA, NCM,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했다.
코발트와 니켈을 전혀 쓰지 않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대안으로 꼽힌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생산 단가가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해 왔으나, ESS용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NMX(니켈·망간·리치)도 대체 상품으로 제시된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LFP 배터리 생산으로 라인이 많이 분산돼 있어 과거 대비 코발트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 트렌드가 코발트를 덜 쓰는 배터리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