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가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그룹 핵심 회사의 지분 절반을 인수해 공동 경영에 나선다. 이란발(發) 원유 대란이 닥친 상황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시장에서 ‘공룡급 선사’가 탄생하면 향후 해운 시장의 판도까지 바꿀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그리스와 키프로스 규제 당국은 MSC 측이 장금상선의 유조선 사업을 담당하는 장금마리타임(시노코르 마리타임)의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기업 결합 공시를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이미 투자 기본 협약을 체결했으며, MSC 측이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고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이사가 나머지 50%를 보유해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장금상선은 최근 공격적인 선박 매입을 통해 VLCC 시장에서 급격한 존재감을 키워왔다. 업계에서는 장금상선이 전 세계 VLCC 4척 중 1척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림자 선대를 제외하고 세계 모든 항로에서 문제없이 운항 가능한 초대형 유조선 중 40%를 장금상선이 운용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일 선사 기준으로는 유례없는 점유율이다.
MSC의 이번 행보는 기존 컨테이너 해운과 크루즈 사업 중심에서 원유 운송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 전환으로 평가된다. MSC는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선복량 기준 점유율 약 21%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해운업계에선 컨테이너 해운 1위 기업이 원유 탱커 시장까지 본격 진출하는 것은 해운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원유 운송 시장의 판도가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 선사 탄생으로 VLCC 시장에서의 운임 협상력과 공급 조정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거래가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 당국이 심사 절차에 착수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요 관할 국가들의 추가 규제 승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각국 경쟁 당국의 독과점 논란 등 시장 지배력 심사를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