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시설인 여천NCC를 중심으로 전남 여수 석유화학 기업들이 설비를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이 확정됐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요구한 뒤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에서 나온 첫 자구안이다.
산업통상부는 20일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4사가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 재편 계획서 최종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 회사로, 여수에서 총 3기에 달하는 NCC(나프타 분해 시설)를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총 228만t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역시 여수 산단 내에 연간 생산량 NCC(연 123만t) 등을 운영한다.
이번 재편안의 핵심은 롯데케미칼의 여수 공장 NCC를 물적 분할해 여천NCC와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설 통합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날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여천NCC가 이미 가동 정지 중인 3공장(47만t)에 더해 2공장(91만t)을 폐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좋은 여천NCC의 1공장(90만t)과 롯데케미칼의 여수NCC설비만 신설 법인이 가동하는 구조다.
NCC는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인 나프타를 활용해 기초 유분 에틸렌을 만드는 시설로,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직격타를 맞은 분야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지난해 11월 대산에 있는 연산 110만t 규모의 NCC설비를 가동 정지하고, HD현대케미칼과 함께 운영하는 사업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해 승인받기도 했다. 여천NCC를 통해 에틸렌을 공급받던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역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 설비 감축 결단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설 합작 법인 지분은 DL케미칼·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각사가 지분을 3분의 1씩 보유하게 된다. 사업 재편에 필요한 자금 및 리스크를 동등하게 나눠 갖기로 한 셈이다.
각 사는 신설 법인에 여수 NCC 설비와 함께 각사의 다운스트림 설비도 내주기로 했다. 에틸렌을 활용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신설 법인에 합쳐, 일정 정도 수익을 보장해주는 형태다. DL케미칼의 PE(폴리에틸렌), 한화솔루션의 여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 소재 여수 사업 부문 등이 대상이다. NCC 감축으로 에틸렌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도 생산 설비 감축이 이뤄질 전망이다. 동시에 신설 법인은 의료용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자동차·전선용 기능성 POE(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여천NCC가 140만t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 가동을 멈추기로 함에 따라 업계 자율로 결정한 감산량은 지난해 정부가 세운 감축 목표량(최대 370만t)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여수의 LG화학과 GS칼텍스, 울산의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에 대한 사업 재편안 제출 압박도 높아질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그간 범용 중심 사업 구조로 고전하던 여천NCC가 이번 사업 재편에 성공한다면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