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비율이 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이 올린 안건을 사실상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90곳의 이사회 안건과 의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이 99.49%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년(99.46%)보다 오히려 소폭 오른 수치다.
지난해 이사회에 상정된 전체 3514개 안건 가운데 부결·보류된 것은 단 13건(0.4%)에 그쳤다. 모든 안건에 찬성표만 던진 기업도 71곳(78.9%)에 달했다. 사외이사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조차 32건(0.9%)에 불과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나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적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번 조사도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조사됐다. 유한양행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3.4%로 집계됐다. 이어 찬성률이 낮은 기업으로는 고려아연(94.6%), 네이버(95.7%), HMM(96.3%), SK(96.4%), 기아(97.0%), 카카오(97.2%) 순이었다.
안건 유형별로는 사업·경영 관련 안건이 전체의 3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인사·보수(17.2%), 특수관계거래(16.7%), 기타(10.5%), 자금(9.4%), 규정·정관(8.9%) 순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