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기름을 넣을 수 있었던 ‘무폴(無pole) 주유소’가 판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정유사 브랜드를 달지 않고 여러 도매상 중 가장 저렴한 곳에서 기름을 조달해 판매하는 무폴 주유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17일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인 SK에너지, S-Oil,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일부 주유소에 평소 월별 사용량의 110~120% 수준까지 주문할 수 있도록 한도를 설정했다. 가격 통제 이후 사재기를 막고 기존 거래처 중심으로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도매 시장의 대리점에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현물 판매를 줄이고 있다. 석유 유통 시장은 정유사의 계약 공급망과 현물 시장이 병존하는 구조로,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현물 시장이 먼저 위축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무폴 주유소는 전국 주유소 1만462개(2월 말 기준) 중 1449개로 13.9%를 차지한다.

문제는 현물 시장에서 일부 물량을 조달해 온 브랜드 주유소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금지됐던 ‘혼합 판매’가 2012년 이후 허용되면서 정유사 물량과 현물 물량을 함께 사용하는 주유소가 적지 않은데, 현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이들 역시 공급 공백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수급 불안으로 1인당 판매량을 금액 기준으로 제한하는 주유소도 등장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던 현물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