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ADR)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조회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최 회장이 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17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GPU 기술 콘퍼런스)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 및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DR(주식예탁증서)은 해외 기업이 미 증시에 간접 상장할 수 있도록 한국 주식을 담보로 해외 예탁기관이 발행하는 대체 증권이다.
최 회장은 이날 반도체 공급난에 대해서도 거듭 경고했다. 그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 이상의 웨이퍼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며 “HBM 공급 부족은 웨이퍼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주재료가 되는 실리콘 원판이다. 최 회장은 “웨이퍼를 확보하려 해도 건설 능력과 전력 등 자원의 한계 때문에 최소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현 상황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최 회장은 “HBM에 너무 집중하면 일반 D램이 부족해져서 기존 산업은 물론 개인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SK하이닉스 CEO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AI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빨아들이며 PC·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 가격이 치솟고, 이것이 하드웨어 제조사의 강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기준 D램·낸드 가격은 모두 13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1년 전만 해도 각각 1~2달러대였지만 10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