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제한을 논의 중인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택배 대화 기구)가 규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택배 업무 전용 번호판인 ‘배’ 번호판 화물차가 수행하는 택배 업무는 물론 흔히 용달(用達)로 부르는 ‘영업용 번호판(아·바·사·자)’ 화물차의 택배 업무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택배 대화 기구는 최근 실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차 택배 사회적 대화 중간 합의서’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노총이 컬리, 쿠팡 등과 함께 규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지 약 보름 만이다.

택배 대화 기구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에도 회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한 참여 단체 일부의 반발로 결렬돼 지난 11일에야 회의가 진행됐다. 이후 해당 회의 내용을 토대로 합의안 초안을 만들어 지난 13일 재차 논의가 이뤄졌다.

택배 대화 기구가 적용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사각 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이 작업 시간 제한에 합의하는 만큼 번호판 형태와 관계 없이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기사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배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택배 서비스 사업자가 배송 기사와 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고, 기사들이 ‘배’ 번호판 차량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배 번호판은 규제로 영업용 번호판 발급이 묶인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물류 수요가 늘자 2013년 도입된 택배 전용 번호판이다.

다른 하나는 화물 운송 사업자가 지역 영업점에 택배 물량을 위탁하고 영업점이 용달 기사를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영업용 번호판 화물차는 포괄적인 유상 운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2004년 화물 자동차 운수 사업법 개정 이후 신규 발급이 제한되고 있다.

CJ대한통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컬리넥스트마일 등의 물류 회사들은 택배 서비스 사업자이면서 화물 운송 사업자이기도 해 두 방식을 모두 이용한다. 이 때문에 기존 논의대로 배 번호판 화물차만 합의 대상에 포함하면 영업용 번호판 배송 기사들의 건강권은 외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택배 대화 기구는 현재 택배 기사의 작업 시간을 최대 46~5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후 10시 이후 이뤄지는 새벽 배송의 작업 시간에는 할증을 붙이고, 분류 작업 등도 작업 시간에 포함하는 형태다. 또, 새벽 배송 기사의 연속 근무 일수도 3~5일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물류 업계에서는 영업용 번호판 사용 기사들의 작업 시간도 제한 대상에 포함되면 특정 업체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 시간 제한이 배 번호판 택배 기사에게만 적용될 경우 영업용 번호판 기사에게 일감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CJ대한통운 등의 경우 종합 물류 사업을 해 오면서 많은 영업용 번호판을 갖고 있어 배 번호판 중심의 경쟁 업체인 쿠팡·컬리에 비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택배 대화 기구가 영업용 번호판을 포함해 합의안 초안을 만들고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이견도 있는 상황이다. 규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고, 영업용 번호판 배송 기사의 작업 시간 중 택배 업무만을 추려내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은 앞선 회의에서 “영업용 번호판까지 새벽 배송을 제한한다면 기업 간 물류나 배달까지도 포함될 우려가 있다”면서 “택배 대화 기구인 만큼 택배 전용 번호판인 배 번호판을 우선 논의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CJ대한통운 택배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도 적용 대상 확대에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업용 번호판을 사용하는 용달 택배 기사들이 그간 택배 대화 기구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절차도 필요한 상황이다. CJ대한통운·민주노총 등에 영업용 번호판 사용 기사들이 일부 소속돼있지만, 개인사업자 형태의 기사들이 많은 만큼 택배 대화 기구에 속하지 않았던 기사들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배 대화 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한국노총, 민주노총,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컬리넥스트마일과 한국통합물류협회,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 택배 대화 기구 관계자는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기구인 만큼 영업용 번호판 택배 기사들의 작업 시간도 제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합당한 제안”이라며 “다만 영업용 번호판 기사들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던 만큼 시간을 들여 이들의 의견을 취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택배 대화 기구의 합의에 따라 택배 배송 기사들의 작업 시간이 제한되면 택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택배 기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의 반발을 감안해 수입 감소분 보전을 위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