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음극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국내 유일한 공장이다. /포스코퓨처엠

전기차 시장 정체 탓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잇따라 조(兆) 단위 계약을 따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관련 소재를 규제하면서 한국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16일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5년간 약 1조149억원 규모의 인조 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는 미국의 테슬라인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퓨처엠이 2011년에 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음극재는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해 사실상 완전 장악한 분야다. 중국의 독과점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과 음극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非)중국권에서 거의 유일한 음극재 대량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계약도 테슬라가 탈(脫)중국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포스코퓨처엠을 택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는 이날 미주 법인 삼성SDI아메리카가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과 ESS(에너지 저장 장치)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4년간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삼성SDI는 작년 말에도 미국에서 2조원대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땄다.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은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약 70%를 장악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배제 정책을 배경으로,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일부 ESS 라인으로 전환해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과 추가적인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며 일부는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