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 임직원들과 VLEO UHR SAR 위성 실물모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를 인수해 보유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날 종가 기준 약 9300억원 규모로, K방산 대표 기업 간 이례적인 대형 지분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한화가 KAI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은 약 7년 만의 일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삼성테크윈(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인수하면서 삼성테크윈이 보유했던 KAI 지분 약 10%를 갖게 됐었는데 2018년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이 회사의 미국 내 자회사, 한화시스템이 KAI의 지분 4.99%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매입하면 공시 의무 대상인데, 4.99%만 확보해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KAI는 작년 9월 말 기준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율 약 26.4%, 국민연금이 8.2%로 1, 2대 주주이고,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자회사(7.67%)가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4대 주주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항공·우주 분야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사업 협력 차원”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화 내부에선 KAI와 협력 관계를 통해 한국판 ‘스페이스X’로 항공·우주 산업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1월 첫 현장 경영으로 한화의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우주로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한화 수뇌부는 이를 계기로 민간이 주도하는 항공·우주 산업이 한층 팽창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 등 미래 경쟁이 수백조 단위의 ‘하이퍼스케일(초대형)’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경쟁보단 협력을 통해 규모를 키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김 회장 등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MOU)’을 체결하고 “과도한 경쟁보단 협력”을 강조했다. KAI의 주력 제품인 한국형 전투기(KF-21)와 관련, 두 회사는 KF-21 후속 양산 모델에 탑재될 첨단 항공 엔진과 통합 운영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경쟁 관계이기도 했던 차세대 위성 개발 및 양산, 글로벌 무인기(드론 등) 분야에서도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 시장 공동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협력사 공급망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R&D)도 하기로 했다.

한화 내부에선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을 더해 정부가 사실상 35% 가까이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KAI와 굳이 출혈 경쟁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욱이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한화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정부와 협의를 거쳐 KAI 지분 상당수를 인수해 사업 시너지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