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편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지역별 전기 요금 차등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김성환 장관도 지난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전기 요금 차등제를 산업용 전기부터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산업 입지,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저렴한 전기료를 유인 삼아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들을 발전소가 밀집한 영·호남 등 지방으로 이전을 유도해, 지역 균형 발전까지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상·하수도 요금이 다른 것과 달리 전기는 전국 어디서나 사실상 가격이 같다. 한국전력이 전국 단일 전기 요금제를 적용해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모두 동일한 요금제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되면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은 더 비싼 전기료를 내고 발전 설비가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싼 전기를 쓰게 된다. 정부는 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10∼20원 정도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1kWh당 180∼185원)을 고려하면 발전소와 거리에 따라 약 10% 차이가 나는 셈이다. 동·남해안에서 수도권까지 장거리 송전 수요도 줄여 막대한 설비 투자 비용이나 유지비도 줄일 수 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시행되는 제도다. 미국은 전력 시장에서 ‘지역별 한계가격’ 체계를 사용한다. 뉴욕 등 전력 사용이 많은 대도시는 가격이 높고 발전소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미국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에서 도매 전력 가격이 급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웨덴도 2011년 지역·시간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했다. 도매 전력 시장을 남북으로 크게 4구역으로 나눠 전기 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했다. 수력·풍력 발전이 풍부한 북부 지역과 산업 단지와 인구가 밀집한 남부 수도권 지역을 고려한 조치다. 이후 북부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나 전력 다소비 업종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산업 지형과 지역 사회 이해관계 때문에 차등 요금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북부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풍부하고 남부는 전력 소비가 많은 독일이 대표적이다. 작년 8월 독일 북부 지역 정치권은 ‘단일 가격’ 제도를 폐지하고 지역별 가격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남부 바이에른주는 ‘결사 반대’에 나섰다. 남부 지역 정치권에선 “전력 소비가 많은 대규모 산업 밀집 지역의 전기 요금 부담을 높이는 것은 독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반발했다.

독일의 상황은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어 지방 전력을 끌어다 쓰는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도 지역 차등 요금이 적용되면 우선 수도권에 밀집한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전력 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치는 서울 지역과 지방 사이 갈등이 독일과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