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결과 한국이 약속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미국은 이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빌미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경고했고, 이날도 한국을 포함한 16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로 우리 정부도 미국 측에 반박할 명분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통과된 특별법은 대미 투자 전담 기구인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국회에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사는 정부가 출자하는 자본금 2조원으로 출범해 한미전략투자기금의 조성·관리·운용을 맡는다.

투자 결정 구조는 부실 투자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이원화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업관리위원회가 먼저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과 전략적 가치, 법적 쟁점을 검토한다. 이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운영위원회가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무리한 투자 결정으로 국고 손실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대미 투자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 안보 및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은 예외로 한다.

특별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상업적 합리성’ 예외 조항이다. 3조 3항은 수익성이 낮아 상업적 타당성이 부족하더라도 국가 안보나 공급망 안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투자를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다만 이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협상 과정에서 “국회 설득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를 법제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 투자 사업인 ‘1호 프로젝트’의 공식 발표는 6월 특별법 발효 이후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하고 나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때까지 시행령 등 하부 법령을 정비하고 투자 후보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유력한 1호 프로젝트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이나 신규 원전 건설 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