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16국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미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 관세를 대신할 수단을 찾는 차원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총 16국에 대한 조사 개시 사실을 발표하고, 관련 내용을 연방 관보에 게시했다. USTR은 조사 대상국들이 ‘과잉 생산’을 반복해 미국 무역과 제조업 성장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규모 혹은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 등 과잉 생산 증거가 확인된다”며 전자 장비,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에서 글로벌 흑자를 보고 있다고 관보에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따라 150일간 세계 각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글로벌 관세’ 10%가 발효됐고, 이번에 301조를 앞세운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사를 거쳐 글로벌 관세 만료(7월 24일)에 맞춰 각국에 상호 관세와 유사한 형태의 대체 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해야 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 15%’를 핵심으로 하는 기존 무역 합의를 재확인받겠다는 것이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301조 조사의 권한이 광범위해 미국의 새로운 요구 및 추가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어 대표도 이날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 등을 근거로 한 조사 및 국가별 301조 조사도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USTR이 한국에 대해 매년 디지털 규제, 의약품 가격, 농산물 검역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이 여러 명목으로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역법 301조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통상 무기로 꼽힌다. 관세율 상한이 없는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 설정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1974년 제정됐는데, 당시 석유 파동 여파와 일본·유럽 등 주변국의 경제 부흥에 대응해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