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기업 혁신 지원 민관 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류진 회장의 해외 일정으로 김창범 부회장이 참석해 경제 6단체가 모두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 협의체는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구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를 넘어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묶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4월부터 경제 단체와 지방을 돌며 각 권역 산업을 키우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역 경제 성과를 가시화해야 하는 정부 입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불과 한 달 전 경제 단체들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지난달 9일 산업통상부는 경제 6단체 상근 부회장들을 긴급 소집했습니다. 대한상의가 상속세 제도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고액 자산가 유출에 대한 해외 통계를 인용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가짜 뉴스”라고 공개 질타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해당 자료를 “공적 책무를 망각한 사례”로 규정하고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소집된 대한상의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후 경제 단체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위축됐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이나 분석 등 경제 단체발 보도자료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경제 단체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입을 닫고 몸을 낮췄던 경제 단체들이 한 달 만에 다시 정책 파트너로 호출된 것입니다.
이날 구 부총리는 “기업 투자와 혁신, 우리 경제에 필요한 과제들을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면, 관계 부처와 신속히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틀린 자료는 바로잡는 게 맞지만, 정권 차원의 거센 압박을 경험한 단체들이 앞으로 정부 앞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