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이란 사태 여파로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고지했다. 불가항력이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공급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나프타와 프로필렌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다운스트림 가소재 제품에 해당하는 디옥틸 테레프탈레이트(DOTP) 제품에 대해 수출 계약 이행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롯데케미칼도 10일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지’ 공문을 보냈다. 이란 사태 여파로 원료 조달 및 제품 운송 수단 확보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공급 의무 이행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경우 관련 사항을 신속히 안내하겠다”고 고지한 것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아직 불가항력 상황이 도래한 것은 아니고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 사전에 고지했다”고 밝혔다. LG화학도 “특정 다운스트림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사전에 안내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여천NCC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화학 원자재에 해당하는 기초 유분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수요 4분의 1을 중동을 통해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틸렌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