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조사 개시를 선언한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대표적인 통상 보복 수단이다. 1980년대 일본을 압박하고, 2018년 이후에는 대(對)중국 무역 전쟁의 도구로 활용된 데 이어 한국을 상대로 재가동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법으로, 상대국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 부흥을 이뤘던 유럽과 일본 등 국가들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탄생했다.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 이후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도 제정의 배경이 됐다.

이 조항이 특히 ‘강력한 통상 무기’로 통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미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광범위하게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수입품을 상대로 수입 제한이나 고율 관세 등을 직권으로 요구할 수 있다. 매길 수 있는 관세율에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수입 수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지정하거나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무역법 301조’가 처음으로 위력을 발휘한 것은 1980년대 일본과의 통상 분쟁 때다. 당시 미국은 급성장하던 일본의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산업을 문제 삼아 301조를 발동해 TV·노트북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은 내수에서 수입 반도체 점유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는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대중(對中) 견제에 이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301조 조사를 진행했고,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매기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