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이후 연일 상승하던 전국 평균 기름값이 11일 오전 하락 전환했다. 다만 여전히 리터(L)당 1900원을 웃돌며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간밤에 국제 유가도 10% 넘게 내려갔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06.43원으로 전날보다 0.52원 내렸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930.74원으로 0.88원 하락했다. 전국 기름값이 전날보다 떨어진 건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각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42.98원으로 전날보다 3.40원 하락했다. 서울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956.76원으로 10.25원 내렸다. 서울 지역 기름값은 10일 오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열흘 넘게 오르던 기름값이 일단 잡히긴 했으나, 여전히 L당 1900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92.58원이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를 이루는 전체 구성 품목(458개)의 가중치 합계는 총 1000인데, 휘발유·경유 등 6개 석유류 품목의 가중치만 46.6에 달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아시아 석유 제품 거래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원유 현물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도 이란 사태 조기 종식 기대감에 10% 넘게 하락 마감했다. 10일(현지 시각)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1% 내려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45달러로 11.9% 하락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전략 비축유 방출 등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BS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점이 국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의 약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위기감은 여전한 상태다. 원자재 데이터 업체 케플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곧장 풀린다고 해도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석유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6∼7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