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10일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자 재계에선 “기준이 생길 때까지 일단 기다리자”는 반응이 많았다. 법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참고할 만한 선례가 쌓일 때까지 ‘눈치 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포스코나 쿠팡 등 일부 기업은 과거와 달리 하청 노조 측과의 교섭 절차를 개시하며, 법 시행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900여 사업장에서 하청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이날 철강·건설·조선·자동차 등 다수 기업이 교섭 요구를 받았다. 예컨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97개 건설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도 사측에 임금 30% 인상,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 경우 원청 기업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을 시작할지,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다툴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그전에 교섭 요청이 왔다는 것을 공고도 해야 한다. 기업 내 다른 노조가 교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는 다수 기업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와도 ‘우린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공고도 안 내며 무(無)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날 주요 기업 중 포스코, 쿠팡은 이날 바로 사내에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을 냈다. 교섭 대상은 향후 논의하더라도 정부와 노동계를 의식해 일단 교섭에는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다수 기업은 사용자성에 대한 노동위원회 판단 사례가 쌓이는 4월 중순쯤까지는 최대한 시간을 벌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용자성과 무관하게 무작정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가 많다고 판단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방선거 국면인 5월쯤엔 정치권을 업은 노동계의 기업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