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시설인 여천NCC(나프타 분해 시설)가 전남 여수에 있는 2·3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1공장을 같은 지역의 롯데케미칼 공장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중국발 저가 공급 과잉에 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원자재 수급 문제까지 겹친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 조정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연간 생산량이 각각 91만5000t, 47만t에 달하는 여수2·3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도 막바지 물밑 조율을 하는 중이다. 두 공장의 가동을 멈출 경우 여천NCC의 에틸렌 연간 생산량은 228만t에서 90만t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에틸렌 생산 설비를 합리화한 뒤엔, 합작 법인을 세워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 회사가 지분을 각각 33%씩 보유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으며, 현재 기업들은 비용 부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전쟁으로 여천NCC는 최근 원자재인 납사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등 제때 제품 생산이 어려운 상태이기도 하다. 여천NCC가 140만t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 가동을 정지할 경우, 정부가 지난해 석유화학 구조 개편 사업을 개시하며 발표한 ‘감축 목표량(최대 370만t)’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앞서 대산산단에서도 롯데케미칼이 110만t 규모 공장 가동을 정지하고, HD현대오일과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천NCC의 개편안이 구체화하면서 여수 산단의 나머지 LG화학과 GS칼텍스, 울산 산단의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에 대한 사업 개선안 마련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조만간 기업들이 최종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승인할 방침이다. 그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에 지원한 방식과 같은 금융·세제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