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항공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하지만, 정작 업계의 우려는 중동 노선을 띄우지 않는 저비용항공사(LCC)로 향하고 있다. 중동 전쟁의 파장이 유가와 환율을 통해 항공업계 전반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달러 비용 산업이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 주요 비용의 70~80%가 달러로 결제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국제 유가가 오르고 달러 강세로 환율도 뛰는 경우가 많다. 기름값과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충격’이 발생하는 구조다. 대형 항공사보다 자본 여력이 약한 LCC는 이런 비용 상승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부족하다.
이미 LCC들의 체력도 약해진 상태다. 국내 상장 LCC 4사는 지난해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1109억원, 티웨이항공은 2655억원 적자를 냈다. 진에어(-163억원), 에어부산(-45억원)도 일제히 손실을 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중동 리스크가 새로운 위기라기보다, 이미 약해진 수익 구조 위에 추가 부담이 얹히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객 수요 측면에서도 LCC가 대형항공사보다 더 취약하다.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가 붙고 항공권 가격이 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국제 유가(싱가포르 항공유 기준) 등락에 따라 운임에 별도로 부과하는 요금이다. 값싼 운임을 보고 움직이는 관광객은 여행을 미루거나 포기하기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는 화물 사업도 LCC는 크지 않다. 대한항공은 여객이 흔들려도 반도체·의약품 같은 고수익 화물 운송으로 일부 방어가 가능하다. 코로나 때도 화물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반면 소형기 위주인 LCC는 화물칸이 좁아 여객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 무비자 확대 기대를 발판으로 LCC 실적 반등 전망도 나왔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대형 악재가 덮쳤다”고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과 관련해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암시하면서 유가와 환율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