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국내 기름값이 9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7원으로 전날보다 5.3원 올랐다. /뉴시스

이란 전쟁 여파로 9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L당 1900원을 넘어서자 정부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최고가격제도 이르면 이번 주 시행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업계를 불러 ‘중동 상황 대응본부’ 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 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정유 4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주 내에 최고 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는 유류 판매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으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해 산업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고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간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비상 조치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지난 2021년 헝가리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석유 공급이 30% 급감하고 영세 주유소들이 줄폐업하는 후폭풍을 겪었다. 천소라 인하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 가격 형성 원리를 거스르기 때문에 공급 축소, 사업자 피해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수요 억제 등 현실적인 대응책부터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해외 자원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연간 200조원 넘게 쓰면서 자원 개발 투자는 거의 안 한다”며 “일본은 자국 기술과 자본으로 확보한 석유, 가스 비중이 40%를 웃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