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선급 기관 중 하나인 미국선급협회(ABS)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원자력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선급 기관은 세계 곳곳을 누비는 선박의 설계와 안전, 성능 등을 심사해 공식 인증해 주는 기관으로, ABS는 16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HD현대는 9일 ABS와 ‘원자력 연계 전기 추진 시스템 개념 설계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지난 2023년부터 1만6000TEU(20피트 컨테이너 1만6000개)급 컨테이너선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탑재해 탄소 배출 없이 운항하는 선박 개발을 추진 중이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업계에서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불린다. 기존 대형 컨테이너선은 엔진, 배기 기관, 대용량 연료 탱크 등이 선박 내부의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원자력 추진선은 이 기자재들이 필요 없어지는 대신, 그 자리에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다. 화물 적재량이 늘어나는 만큼 경제성도 높아지는 구조다.
특히 핵심인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원자로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인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중국을 크게 앞서 있는 분야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크게 차별화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원자력 관련 안전 규제의 경우 현재 지상에 설치되는 원자로 등을 대상으로 한다. 여러 나라의 해역을 오가는 선박에는 어떻게 적용할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 그래서 HD현대가 국제적으로 권위가 있는 ABS와 공동 개발을 통해 각종 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HD현대는 지난 2022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을 염두에 두고 수년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작년 9월에는 ABS로부터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에 대한 개념 설계를 기본 인증(AIP)받기도 했다. 충분히 상용화를 추진할 만큼 이론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