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1월 쿠팡 투자자들이 요청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여부를 7일(현지 시각)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자칫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어 막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각각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앞서 김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찾은 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과 면담하고, 곧장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논의 등 우리 측의 관세 합의 이행 현황을 공유했다. 미 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이 나왔지만, 양국 간 관세 합의가 실효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도 전했다. 여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와 만나 조만간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비관세 분야 이행 계획을 확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여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무역법 301조’ 관련 문제도 거론했다. 이 사안은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의 청원에서 비롯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일부 투자자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도한 대응을 문제 삼으면서다. 투자자들은 지난 1월 22일 미 무역대표부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요청했다. 무역법 301조는 다른 국가의 행위가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를 거쳐 보복 관세나 수입 제한 등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원을 받은 USTR은 45일 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정해야 한다. 그 결정 시한이 오는 7일이다.

통상 당국이 이번 ‘무역법 301조’ 사안을 주시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도 있다. 미국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 조치를 무효화했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또 다른 ‘글로벌 관세’ 10%를 한시적으로 부과했다. 문제는 이 관세가 150일까지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로 무게 중심을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을 문제 삼아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쿠팡 투자사의 301조 조사 청원에 대해서도 양국 간 통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며 “미국 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안정적인 대미 통상 환경을 유지하고,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