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국제 유가가 하루에만 12%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뉴욕 유가는 주간 기준으로 36% 가까이 치솟으며 198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2.21% 오른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이자 2023년 9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특히 WTI의 주간 상승률은 35.63%에 달해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기록한 26.3%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도 급등했다. 영국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8.52% 오른 92.6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하루 상승 폭으로는 최대다. 뉴욕 유가와 브렌트유 모두 9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연이은 ‘중동 지역의 감산(減産) 조치’가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지역에서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뻗어가는 원유 수송에 영향을 주는 일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 조정 움직임도 겹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쿠웨이트는 원유 저장 시설 부족으로 일부 유전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저장 시설도 빠르게 차고 있어서, 3주 내에 저장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단기간에 상황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중·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유가가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됟나. 블룸버그통신은 4대 대형 무역회사 임원들의 말을 인용해, 적대 행위가 완화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원유 가격은 몇 주 안에 배럴당 15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