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말 새로 개발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필랑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필랑트는 르노코리아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인 ‘오로라’의 두 번째 모델이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르노그룹이 출시하는 세 대의 신차를 르노코리아가 주도해 개발·생산한다는 계획인데, 첫 번째 차량은 지난 2024년 출시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였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필랑트를 개발했지만, 디자인과 각종 성능을 개선했다. 특히 고급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정숙함과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음·진동을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필랑트의 에스프리 알핀 트림을 지난 4일 경북 경주의 약 140㎞ 구간에서 시승했다.
필랑트의 외관은 예상보다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나 아이오닉9과 같은 준대형 SUV지만, 앞에서 보면 중형 SUV인 그랑 콜레오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작아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는 필랑트가 쿠페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필랑트의 전고는 1635㎜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70㎜ 낮다. 그러나 측면에서 보면 가로로 길게 뻗어 있어 제법 길다고 느껴진다. 필랑트의 전장은 4915㎜, 전폭은 1890㎜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각각 200㎜, 10㎜ 길고 넓다. 다만 동급으로 분류되는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차체가 작다.
전체적인 외관의 느낌은 날렵함이 강조돼 보였다. 다이아몬드 형상의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조명 디자인이 전면부 그릴에 적용돼 있다. 이 디자인이 날렵해진 주간주행등(DRL)과 함께 어우러지며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차량 전면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옆모습도 날렵함을 더했다. 비스듬한 후면 유리와 차체에 연결된 발광다이오드(LED) 후면 램프는 전폭을 넓어 보이게 했다.
실내도 깔끔했다. 그랑 콜레오스와 달리 D컷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탑승자를 감싸는 형태인 시트의 착좌감도 좋았다. 천장 등에 스웨이드 재질을 사용해 고급스러움도 묻어났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 천장에 운전석부터 2열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적용해 개방감을 높였다. 2열 좌석에 앉았을 때도 천장이 낮아 보이지 않았다. 시승한 낮 시간에는 햇볕이 강했는데, 머리가 뜨거워지는 느낌도 없었다. 트렁크 공간은 633L(리터)다.
주행 성능은 전체적으로 준수하다는 느낌이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즉시 차량이 반응해 치고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필랑트는 1.5L 터보 엔진에 100kW(킬로와트)의 구동 모터와 60kW의 시동 모터로 구성된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최고 출력 25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계기판에는 가속 페달을 밟는 강도에 따라 순간 모터의 개입 강도가 kW로 표시된다. 속도를 내기 위해 힘껏 밟자 170kW까지 오르기도 했다.
필랑트는 저속과 고속 주행에서 모두 소음,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음에 취약한 글래스 루프가 적용됐지만, 풍절음과 같은 외부 소음의 유입이 적었다.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해도 진동이 덜 느껴졌는데, 이는 필랑트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노면 진동을 세 단계로 구분해 감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태원 주행성능 평가 담당은 “진동·소음을 잡기 위해 글래스 루프를 두껍게 만들었다”며 “그랑 콜레오스에 진동을 감쇄하는 장치가 1개였다면, 필랑트엔 감응형 댐퍼를 추가한 것”이라고 했다. 1·2열에 적용된 이중 접합 차음 유리도 소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필랑트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탑재됐다. 주행 패턴 분석이나 목적지 등을 추천하고 음성 대화도 가능했다. 날씨나 목적지 추천 등은 막힘 없이 해냈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주행거리나 연비 등의 정보는 알려주지 못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AI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노우 등으로 구분된다. AI는 10분 간 운전자의 주행 성격을 파악해 최적의 모드를 추천한다.
스포츠 모드로 운전을 해 보니 스티어링 휠이 단단해졌고, 차체가 더욱 빠르게 치고 나갔다.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3.3㎞/L로 공인 복합 연비인 15.1㎞/L보다 낮게 나왔다. 다양한 시험을 해본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고객 인도를 시작하는 필랑트는 총 4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이 적용된 판매 가격은 ▲테크노 4331만원 ▲아이코닉 4696만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원 ▲에스프리 알핀 1955 5218만원이다.